[커버스토리]수출전선에 'Y2K암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국과 휴대폰 장비 및 교환기 수출상담을 벌이던 A사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중국측이 이 회사 제품이 2000년 1월 1일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되는 것을 보증하는 'Y2K확인' 을 요청한 것. 양측은 즉각 협상에 나섰지만 중국측은 Y2K문제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밀레니엄 버그) 로 인한 손실은 모두 A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A사측은 통신장비는 여러 회사 제품이 연결되므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렵다고 맞서 몇달이 지나도록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밖에도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Y2K문제 해결 확인서를 요청받았고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GE) 과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시카고 (FNBC)에는 이미 관련 답변자료를 보낸 상태다.

Y2K문제가 국내 기업의 수출활동에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외국 바이어들이 계약조건으로 Y2K에 대한 보장 또는 손해배상 확인을 요청하고 나오기 때문. 삼성전자.대우자동차.LG화학 등 국내 제조업체에는 최근 바이어로부터 Y2K대책의 완벽성을 묻는 질의서와 관련자료 요구가 잇따르고 있고 국내 보험회사에도 선진국 재보험회사로부터 대처 여부에 대한 공식질의서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올해중 '한국Y2K확인센터' (가칭) 를 설립키로 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 현황 = 대우자동차는 지난 5월 호주의 자동차 수입업체 파크데이비스로부터 이 회사가 만든 자동차가 Y2K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에 대한 질의서를 받았다.

대우측은 결과에 따라 가격책정 등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 4개월 동안의 작업끝에 지난 9월말 구체적인 답변서를 보냈다.

최근에는 중동 오만의 자동차수입상 미들 이스트 오토파트센터사와 코카콜라 보틀링 한국지사를 통해 비슷한 질의서를 받았다.

LG화학도 지난 9월 프랑스 수입업체로부터 비슷한 질의서를 받고 일단 회신을 보냈지만 후속 자료요청이 있을 것으로 보고 검토중이다.

삼성화재에도 영국 재보험사 로열&선과 독일의 무니치 등 무려 10여개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Y2K 해결책이 마련됐는지를 묻는 질의서가 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답변결과에 따라 한국 보험회사의 전반적인 평가에 큰 영향을 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자동차 Y2K추진사무국 이승웅 (李勝雄) 대리는 "외국의 경우 Y2K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회사 제품을 사는 고객에게는 자동차보험료를 높게 물리려는 움직임도 있다" 며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 대응방안 = 정통부는 시스템통합 (SI) 업체의 인력 등으로 구성된 '한국Y2K확인센터' 를 설치, 외국업체로부터 질의서가 오면 업체별로 국제기준에 맞는 평가서를 작성해줄 계획이다.

이밖에 삼성.현대.LG.대우 등 대기업들은 Y2K문제 전문인력을 통합관리해 외국기업으로부터 문의가 오면 답변서 작성 등을 전담시키고 있다.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신순식 (申舜植) 과장은 "아직은 Y2K 확인문제는 일부 대기업이나 제조.금융업에만 국한됐지만 내년초만 되면 업종을 불문하고 중소기업에까지 적용될 것" 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민간 정보통신연합회 (ITAA) , 영국은 정부산하 정보기술관리처 (SOCITM) 등이 Y2K문제에 대해 확인해주고 있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