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 이름값 못한 액티브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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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액티브펀드가 돈 값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인덱스펀드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중순 이후의 상승장에서 펀드매니저가 시장의 흐름을 잘 쫓아가지 못한 탓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펀드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은 8.24%에 그쳤다. 코스피지수(10.32%)는 물론 인덱스펀드(11.17%)에도 뒤진 것이다. 수익률이 높은 30개 펀드 중 19개를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가 차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로 따져 봐도 약간의 차이지만 인덱스펀드가 더 앞서기 시작했다.

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쫓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액티브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성장성이 큰 종목을 적극적으로 편입한다. 종목을 자주 교체하다 보니 보수도 더 많이 뗀다. 액티브펀드의 보수는 연 2~2.5% 정도로 인덱스펀드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연 보수가 0.4% 안팎인 ETF와 비교하면 훨씬 비싸다. 대신 액티브펀드는 주가 상승기에 강하다. 펀드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서머랠리에서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시장의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했다. 순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184개 액티브펀드 중 한 달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건 33개(18%)에 불과했다.

이유는 지수 상승을 이끈 게 초대형주였기 때문이다. 2분기에 깜짝 실적을 낸 삼성전자나 LG전자·현대차 등 초대형주가 크게 올랐지만, 액티브펀드 중엔 이런 종목을 많이 담지 않은 펀드도 많았다. 시가총액 비중만큼 초대형주를 편입하고 있었던 인덱스펀드에 비해 불리했던 것이다.

특히 초대형주 중에서도 삼성전자를 얼마나 편입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의 명암이 갈렸다.

현대증권 배성진 수석연구원은 “일부 액티브펀드는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줄이고 펀드 컨셉트에 맞는 다른 종목을 편입해 왔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70만원을 돌파하면서 삼성전자 편입 비중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액티브펀드 중에도 삼성전자 비중이 5% 이하인 경우, 한 달 수익률은 7.4%로 더 낮게 나타났다.

인덱스펀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올리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그룹밸류인덱스’펀드는 한 달 동안 672억원이 들어오면서 출시 3개월도 안 돼 설정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KB스타한국인덱스’나 ‘칸서스뫼비우스200인덱스’처럼 올 들어 출시된 인덱스펀드 신상품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8일째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도 인덱스펀드가 선전한 것이다.

당분간은 액티브펀드에 비해 인덱스펀드의 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 윤재현 연구원은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런 시기엔 펀드매니저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덱스펀드나 ETF의 성과가 앞으로도 더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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