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철의 증시레이더]미국 금리변동에 등락좌우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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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번주 주가는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에 따라 등락이 엇갈릴 전망이다.

이미 두 차례 금리를 내린 바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는 17일 회의를 열고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다.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 경기, 특히 수출 제조업이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둘째 금리를 내렸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셋째 지난 분기 생산성이 2.3% 증가, 경기가 활성화되더라도 임금상승 압력이 물가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급격한 신용경색이 일어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한편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주식시장이 다시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둘째 다수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

결국 주가는 고평가될 수 밖에 없고 언젠가 투자자들은 더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투자자들의 금리인하에 대한 '중독현상' 을 없애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보다 경제의 안정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MIT 폴 크루그먼교수는 "시장이 예상하고 있다는 것 외에 금리를 내릴 합당한 이유가 없다" 고 말할 정도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크루그먼교수는 순전히 이 두려움 때문에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금리를 내릴 확률은 반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주 주가는 10일의 갑작스런 냉각 (종합지수 - 21.21) 으로 요약된다.

공교롭게도 이날 외국인은 근래 보기 드물게 4백2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중 일부는 엔 강세가 이어지지 않자 실망,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심리적인 효과를 제외하면 엔 강세가 수출을 늘리는데 얼마나 큰 약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지난 10월 중순 조정시 종합지수는 곧 바로 튀어 올라왔다.

9월 바닥에서 평균 50% 상승을 경험한 지금 다시 그같이 강한 '튀김' 을 반복할 수 있을까. 이번주초 반등 시도가 이어진다면 매물을 맞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주간단위로 본 주가는 7일 417.06에서 14일 414.22로 조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지수 500을 향해 내달리지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럴 경우 '올해 장사는 끝' 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경제가 다소 안정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의 '순환적인' 부분이 금리하락에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별개다.

세계적인 경기후퇴와 그에 따른 신용경색이 어느날 갑자기 우리를 덮칠 수도 있는 것이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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