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클린턴 방한 여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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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빌 클린턴 (얼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과연 성사될지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사태에 대비, 17~18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전격 취소, 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뀐 때문. 외교통상부는 15일 오후 "미 국무부에 확인한 결과 아직 20~23일의 방한 일정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 공습이 시작될 경우 아시아 순방 일정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조심스레 '방한 불발 (不發)'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는 콸라룸푸르 APEC 각료회의에 참석중인 홍순영 (洪淳瑛) 장관에게 이 문제와 관련, 긴급 보고했다.

워싱턴의 한국대사관도 휴일임에도 비상 대기했다.

그동안 우리측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대북 포용정책이 주효하고 있다' 는 국제적 평가를 받으려 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서울에서 햇볕정책을 뒷받침해주면 정치권의 논란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또 대북 강경기류를 보이는 미 의회를 설득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해왔다.

따라서 양국 모두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에 정성을 쏟았다.

특히 양국은 클린턴 대통령과 국내 각계 저명인사들의 '원탁회의' 를 추진했다.

정상회담 직후인 21일 오후로 예정된 원탁회의에는 우리 민간단체.학계.종교계.언론계.재계의 대표급 인사 10여명을 초청한다는 것. 특히 미측은 "한.미관계, 대북정책 등 민간차원의 진솔한 얘기를 듣고 싶다" 는 클린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부 인사는 일절 배제하고 TV중계도 점잖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장소 또한 호텔.대사관보다 한국의 그윽한 정취가 풍기는 한옥을 골랐다.

미측은 지난해 3월 앨 고어 부통령의 방한때 김수환 (金壽煥) 추기경.강영훈 (姜英勳) 한적총재.최종현 (崔鍾賢) 전경련 회장 등을 초청, 조찬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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