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식은 재연이다.
당시의 건물이나 풍경을 되살리고 사람들에게 옛날 옷을 입혀 이야기를 이끌어가면 시청자들은 어려움 없이 과거를 이해할 수 있다.
사극은 이런 방식의 전형이다.
옛날을 되살리는 또 하나의 길은 다큐다.
현재 남아있는 흔적들을 찾아가 흩어진 조각들을 짜맞추면서 상상력을 동원해 사실 (史實) 을 추론하는 것이다.
KBS가 '일요스페셜' 과 함께 양대 간판 교양 프로로 살려간다는 의욕으로 이번 가을 개편에 신설한 '역사스페셜' (1TV 토 밤8시10분) 은 이 두가지 방법을 잘 이용하고 있다.
유적지를 찾아가고 전문가 견해를 듣는 다큐 방식을 주로 하면서 3차원 컴퓨터 그래픽과 가상 스튜디오 등을 이용해 옛 모습을 재연하는 기법을 풍부하게 삽입한다.
첫회 고구려 무용총부터 지난주 발해 이야기까지 철저하게 이성적인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당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전달해왔다.
14일에 방영되는 '고구려군, 아차산 최후의 날' 역시 흥미로운 역사 산책이다.
두 달전 경기도 구리시 인근 아차산에서 발견된 투구 하나를 출발점으로 서울 구의동.풍납동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고구려의 병영을 되살려 낸다.
때론 조각난 유물을 비추며, 때론 현란한 3D 그래픽을 끄집어 내며 먼 과거의 '내무반' 생활을 포착했다.
12명이 지냈던 '분대' 내무반, 병사의 이름이 새겨진 식기, 장엄한 의관을 두른 지휘관 등에선 오늘날의 군대를 보는 듯한 신기함마저 느껴진다.
앞으로도 분석적인 접근을 고집하되 재미를 잃지 않겠다는 게 남성우 책임 프로듀서의 얘기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