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암도 나이도 날려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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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한 다국적 스포츠용품사의 광고 문구다. 인간의 의지 앞에 장애물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스포츠에선-.

5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입단 계약을 한 안드레스 갈라라가(43)는 이 광고의 모델로도 손색이 없는 선수다. 암에 시달리면서도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재기에 성공한 '기적의 사나이'이기 때문이다.

1985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데뷔한 갈라라가는 전형적인 '히스패닉 스타'였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뛰어난 타격 감각을 앞세워 야구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선수였다. 전성기는 90년대 중반. '빅캣'으로 불리던 그는 93년 시즌에서 타율 0.370으로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갈라라가에게 99년 무서운 병마가 덮쳤다. 운동선수에겐 치명적인 척추암이었다. '비운의 스타'로 잊혀질 위기였다. 그러나 갈라라가는 물러서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이를 악물고 견뎌낸 끝에 1년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평온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았던 올 초. 갈라라가는 다시 한번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척추암 재발. 그러나 그는 의연하게 '제 2라운드'를 맞이했다. 5개월여의 투병 끝에 그는 또다시 암을 이겨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꾸준한 재활운동 끝에 두번째 '컴백'까지 기어코 성공시켰다. 물론 곧바로 빅리그에서 뛰긴 힘들다.

에인절스는 그를 일단 트리플A 팀에서 뛰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방'이 있는 타자인 만큼 메이저리그로 복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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