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총재회담 결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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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이 기대했던 '극적 타협' 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회의 한화갑 원내총무와 한나라당 박희태 원내총무가 주축이 된 양당 협상 라인은 아침 일찍부터 전화기를 붙잡고 경제청문회 개최를 둘러싼 입장조율에 매달렸다.

전날 밤 발표를 코앞에 뒀던 '여야 총재회담 성사' 가 이 문제로 어긋났기 때문이다.

○…9일 아침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각각 확대 간부회의.주요 당직자회의를 열어 총재회담 문제를 논의. 하지만 안상수 한나라당 대변인이 일부 기자들에게 "예산처리 후에는 사실상 청문회를 하기 힘든 것 아니냐" 는 얘기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벼랑끝 전술" (金元吉 정책위의장) , "내부 조율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鄭均桓 사무총장) 등의 성토 속에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왜 그런 발표로 총재회담 협상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韓총무는 회의장에서 즉시 朴총무와 전화로 접촉, "청문회는 12월 3일 시작하자" 고 수정안을 냈다.

한나라당 반응이 시큰둥하자 韓총무는 "예산안 처리 후 청문회를 열되 날짜를 못박지 말자" 는 재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무렵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朴총무에게 "너무 (여야 총재합의문에서) 청문회 부분을 빼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 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회담은 극적 성사쪽으로 급류를 탔다.

○…청와대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 오찬회동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0시30분쯤 朴총무가 韓총무에게 총격요청 사건에 대한 공정수사 촉구 등 3개항의 추가 의제에 대한 여권의 확답을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韓총무는 "총재회담 후 대변인을 통해 '오늘 이런 논의가 있었다' 는 발표를 하도록 하자" 는 절충안을 냈으나 朴총무는 "李총재가 직접 3개항을 써주며 '金대통령으로부터 분명한 답을 받아오라' 고 지시했다" 며 완강하게 버텼다.

이에 국민회의 간부진은 "이렇게 원칙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며 결렬쪽으로 기울었다.

이상렬.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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