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회사운영 비즈니스 우먼 김정순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조선산업은 남자도 하기 힘든 분야다.

여성은 금기시돼 있기도 하다.

이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2개의 조선기자재 회사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우먼이 있다.

한국담수토부 (韓國潭水土富) 와 애진기업의 김정순 (金貞順.54) 사장. 전자는 선박 내부의 전깃줄 밀봉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애진기업은 선박내 전선이 불타지 않도록 하는 판재를 생산한다.

부산의 2백50여 조선기자재 업체 중 홍일점 사장이다.

그녀는 60년대 독일로 파견된 간호사였다.

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의료인 가정에서 자라면서 '백의의 천사' 를 꿈꿨다.

오빠는 영남대 의대 교수이고 언니도 한때 간호사였다.

그녀는 66년 22살의 나이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사 모집에 응해 독일로 향했다.

본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독일어를 배웠고 이때 익힌 독일어가 인생 행로를 바꿔놓게 된다.

그녀는 부산 동래에 한독직업훈련원을 설립 (71년) 할 예정이던 독일측 책임자를 알게됐다.

그는 金간호사의 유창한 독일어 실력에 탄복, 협력을 부탁했고 金간호사는 쾌히 승낙한뒤 71년 귀국했다.

귀국하자마자 부산가톨릭대 간호학과 (당시 메리놀간호전문대학)에 편입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한독직업훈련원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인연으로 졸업하자마자 직업훈련원 독일사업책임자 비서실에 취직, 통역과 비서를 맡았다.

간호사의 길은 일단 포기했다.

조선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82년. 그녀의 독일어 실력을 바탕으로 남편과 함께 한독상사를 설립, 독일에서 조선기자재를 수입해 국내 조선업체에 공급했다.

내친김에 수입하던 선박용 부품을 국내생산키로 하고 84년 독일의 선박전선용 내화 밀봉재 회사인 '댐스토푸 인더스트리' 와 합작해 한국담수토부를 설립했다.

사장은 남편이 맡고 그녀는 이사로 수출입 등 해외 업무와 경리를 전담했다.

이 회사 제품은 출시 첫해부터 인기였다.

전량 독일에서 수입하던 것을 수입대체한 덕분이었다.

국내 조선건조량이 증가하면서 97년 매출이 13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5억원을 넘을 예상이다.

이중 3억원어치는 일본.중국.싱가폴 등 수출물량이다.

그녀는 이 회사와는 별도로 88년 애진기업을 설립, 직접 운영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매출을 1억원 더 늘릴 계획이다.

그녀는 남편이 96년 작고하자 한국담수토부의 사장에 취임, 버젓한 두 회사의 사장이 됐다.

연말쯤에는 국제표준화기구 (ISO) 인증과 유럽품질인증 (CE) 을 받을 예정이다.

金사장은 이화여대 정보과학대학원 여성최고지도자 과정에 다니고 있다.

유럽연합상의 부산지소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051 - 261 - 7073

글〓강진권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