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IMF 1년] 박상우 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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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8년 가을, 작가가 되자마자 나는 5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글만 쓰며 살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작가가 한둘도 아니고 몇 천명씩이나 되는 세상에, 알량한 퇴직금과 펜 한자루만 손에 들고 세상으로 나서던 당시의 정황, IMF한파가 휘몰아치는 지금 되새길수록 더욱 등골이 오싹해진다.

얼마 전, 작가들의 월평균 수입에 대한 설문조사 발표가 있었다.

월 16만9천원의 원고료 수입. 팔리지도 않는 문학잡지들은 폐간을 우려하거나 지면을 대폭 줄이고, 콩트나 잡문을 청탁하던 기업 사보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인들의 월평균 수입원이 이렇게 폐허가 되어가는 마당, 정책적인 대안이나 개선책에 대해서도 문인들은 이제 별다른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생계가 아니라 생존을 두려워하는 추풍낙엽의 계절, 돌아보고 내다봐도 좀체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기나긴 엄동설한 건너, 햇살 따사로운 봄의 뜨락을 지레 그리워할 심정을 어느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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