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인 최초로 소행성 찾은 이태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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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을 찾은 이태형 (李泰炯.34.천문우주기획대표)씨. 그는 "별에 매달려 지내온 삶이 새삼 보람되게 느껴진다" 며 말문을 열었다.

89년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이라는 아마추어 천체 입문서를 펴낸 것이 빅 히트, 지금까지 2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그에게 1억원이 넘는 별보기 밑천을 대주고 있다.

"수천만 명이 넘는 세계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새로운 소행성이나 혜성 발견을 꿈꾸며 살지요.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온전히 운인 것만은 아니다.

그가 사용한 지름 21㎝ 망원경은 수억㎞ 이상 떨어진 소행성을 잡아내기엔 너무 작았다.

그런데도 작업 착수 1년도 못돼 개가를 올린 것은 그가 쌓은 별보기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준다.

서울대 석사 (도시공학) 출신인 그는 유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장래가 불확실한 '별 사업' 을 택했다.

'별에 미친' 그가 본격적으로 소행성 찾기에 나선 것은 올 초 한 일본인 학자가 자기가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알고서부터. 자존심이 상한 그는 과기부와 천문대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 연수와 호주 원정까지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도전, 지난 9월 마침내 소행성을 찾은 것. "별은 곧 꿈" 이라는 그는 이번 소행성 발견이 어린이들에게 천체, 나아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바란다.

"최근 지구를 방문한 '헤일 - 봅' 이나 '하쿠다케' 혜성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발견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천체들" 이라고 설명한 그는 "이번 노하우를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 알려줘 더 많은 '우리' 소행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다짐하기도. 그 자신 "혜성 발견에도 한국인의 첫 주자가 되겠다" 는 각오를 다진다.

그는 국내 최초로 천문차 (아스트로 카) 를 도입, 빠르면 이달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별보기 행사를 벌인다.

강원도 영월군과 공동으로 별 판매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획한 솜씨도 있어 그의 행보가 벌써부터 주목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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