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국감]이종찬 안기부장 사퇴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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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국회 정보위의 감사를 받은 이종찬 안기부장은 '물러나라' 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인 만큼 예상했던 일이다.

새로 정보위에 합류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퇴진요구에 앞장을 섰다.

洪의원은 李부장의 업무현황 보고중 "부장께서 좀 적당한 시기에 용퇴할 수 없겠느냐" 며 몰아붙였다고 김인영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洪의원은 정치인 출신의 안기부장이 대통령에게 과잉충성하는 과정에서 총풍사건을 왜곡.확대시키지 않았느냐는 식의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 죽이기가 목적이었던 총풍사건이 검찰수사 결과 별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책임을 지고 李부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

李부장은 기다렸다는 듯 "용퇴문제를 저에게 물었는데 안기부장의 진퇴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달려있지 본인에게 있지 않다" 는 '모범답안' 을 내놨다.

李부장은 이에 앞서 국감개시 직전 기자실을 찾아 여유있는 모습으로 자신과 안기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고문은 사실무근이고 감청은 합법적으로 했다" 는 말로 자신이 물러날 이유가 없음을 확실히 드러낸 것. 그는 정치인 시절 만났던 취재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반갑다.

친정식구들이 온 것 같다" 면서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총풍사건 등 민감한 사안에는 웃음으로 넘겼다.

정치적 포부 때문에 안기부장직을 고사했었던 것으로 알려진 李부장은 취임 8개월만에 정보기관 최고책임자로 확실히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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