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법사위-법원 감청영장 마구발부 집중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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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개인사생활 보호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수사기관의 불법 감청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여야 의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수사기관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할 법원이 감청영장을 진지한 심사없이 그대로 발부해주고 있다" 고 추궁, 법원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국민회의 조순형 (趙舜衡) 의원은 "법원은 올 한햇동안 3백18건의 긴급감청 요청에 대해 단 4건만을 기각했고 12건의 우편물 검열요청은 단 한건도 기각이 없었다" 고 전제한 뒤 "법원의 사명은 국민의 기본권 옹호에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을 갖고 영장을 심사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자민련 함석재 (咸錫宰) 의원은 "청구된 감청영장의 기각률이 97년과 98년 모두 1%인데 이는 법원에 대한 영장청구 자체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수준" 이라고 추궁했다.

국민회의 박찬주 (朴燦柱) 의원은 "불법감청은 결국 법원이 막아야 한다" 고 법원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한술 더 떠 불법감청이 판문점 총격요청 의혹사건과 정치인 사정 (司正)에 이용되는 등 야당 탄압에 악용될 소지도 높다고 집중 성토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은 "법원이 수사기관의 감청요청을 거의 1백% 받아들임으로써 수사기관의 불법감청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며 "특히 판문점 총격요청 의혹사건 수사과정에서 적법하게 통신감청이 이뤄졌는지를 밝히라"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은 "뇌물사범의 감청영장은 벌써 지난해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야당 정치인들을 조사하는데 이용된 게 아니냐" 고 따졌다.

같은 당 최연희 (崔鉛熙) 의원은 "제도적인 장치뿐만 아니라 판사 개인들이 인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며 "판사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의향이 없느냐" 고 법원행정처를 추궁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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