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1년전 '대타협' 정신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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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년 전 오늘 (3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대통령후보는 1천여 지지자들이 집결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DJP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문' 에 서명했다.

두 사람의 결합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야당세력의 환호를 받았고, 실제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동인 (動因) 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지하듯 합의문의 핵심은 정권교체를 위해 JP가 DJ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하고, DJ는 1999년 12월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완료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한다는 것.

金대통령은 이날을 맞아 金총리와 양당 단일화 주역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같이하며 협상과정의 극적 순간들을 회고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DJP연합 1주년을 맞아 각각 성명이나 비공식 논평을 발표하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날을 맞는 양당의 태도는 차이가 컸다.

국민회의는 당 차원의 공식논평이나 성명을 내지 않고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비공식 코멘트로 대신했다.

趙대행의 코멘트는 그러나 DJP연합에 따른 공동정권 출범의 의미와 공동정부의 성공적 운영에 대한 평가에 주력했다.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이에 반해 자민련은 DJP연합 합의 당시의 '풀 네임' 이 '여야간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회의.자민련 대통령후보 단일화와 공동정부의 구성, 내각책임제의 추진에 관한 협약' 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내각책임제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李完九) 자민련 대변인은 '단일화 정신을 계승해야' 라는 성명을 통해 "서명 1주년을 맞아 역사적 정권교체의 의미와 향후 정치일정을 되새기고자 한다" 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내각제 개헌을 이룸으로써 정치발전을 완성하고 공동정부 앞에 놓인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 고 역설했다.

한마디로 경제적 요인을 앞세워 내각제 개헌을 꺼리는 국민회의측과 합의사항 이행을 명분으로 강력한 내각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자민련측이 정면으로 부닥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래서 자칫 DJP연합 정권 내의 균열과 갈등이 표면화해 국정운영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의 당사자들이 모두 1년 전의 명분과 대타협 정신으로 돌아가 정치발전과 경제회생에 밑거름이 됐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

전영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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