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영 담배공장 추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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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담배인삼공사가 추진중인 '남북 담배 협력사업' 은 남북경협이 민간.기업차원을 넘어 남북 정부기관간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북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국간 접촉이 긴요한 데 이같은 사업확대가 그를 가능케 하는 지렛대라는 측면에서다.

남북이 공동운영키로 의견접근을 본 합영 공장의 투자.운영방식도 관심거리다.

담배인삼공사측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분할 수밖에 없는 기계 등 공장 설비를 북한측에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는 앞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산하는 국내 유휴 생산장비는 35조원 가량.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후 정부는 구조조정을 맞아 폐기하거나 대체해야 할 우리 기업의 설비를 북쪽으로 옮겨 북한 경제의 재건을 지원해주고, 이 과정을 통해 교류협력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린다는 장기전략을 마련해왔다.

북한측도 김책제철소에 포항제철이 쓰던 고로 (高爐) 를 비롯한 중고시설을 남한측으로부터 제공받길 원하는 등 남한 장비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담배인삼공사와 북한 조선담배총회사간의 합영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양측간 경협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확인된 담배사업 경우나 최근 성사된 현대의 금강산개발 등은 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햇볕정책' 을 수사 (修辭)가 아닌 전략적 방식으로 일관되게 추구할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북한측간에 합의한 금강산.묘향산 등 북한 4대 명산 공동개발 사업도 이같은 전략적 밑그림에서 추진됐으며, 이미 몇개 기업이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엄대우 (嚴大羽) 공원관리공단이사장은 이미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측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계약을 체결했고 조만간 다시 북측 관계자를 만날 예정으로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현대나 담배인삼공사.국립공원관리공단의 프로젝트 말고도 획기적인 대북 경협사업이 더 있다" 고 전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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