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수회담 할 때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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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여러 가지 정세로 보아 우리는 여야 영수회담이 빨리 열리는 것이 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주영 (鄭周永) - 김정일 (金正日) 면담으로 부각된 남북경협의 구체화와 남북관계의 새로운 분위기를 생각해도 그렇고 산적한 국내문제의 효율적.합리적 대처를 위해서도 더 이상 영수회담을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다.

얼마전 이른바 '총풍 (銃風)' 사건과 관련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측은 "우리가 입만 열면 여야 모두 함정에 빠질 것" 이라고 했는데 이런 협박은 한마디로 여야가 정쟁 (政爭) 으로 인해 북한에 우리 국내정치에 개입할 칼자루를 하나 쥐어준 데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생각하더라도 여야관계의 정상회복은 절실한 문제다.

북한과 대대적 경협을 한다면서 우리 내부에서 여야가 언제까지 서로 으르렁대면서 갈등과 대립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 여야대립 정국이 너무 오래 끌고 있고, 그 때문에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정감사가 마치 정쟁장 (政爭場) 처럼 되고, 장기간의 정국불안으로 '경제할 분위기' 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국정감사도 다음주면 끝나고 이어 국회는 예산안과 법안 심의에 들어가는데 경제회복과 관련된 막중한 예산안과 법안마저도 여야가 지금처럼 서로 물고뜯는 방식으로 심의해선 안될 일이다.

정치에도 새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젠 총풍사건도 고비를 넘겼고, 다음주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중국방문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을 위해 떠나게 돼 있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하다면 金대통령이 떠나기 전에 여야 영수회담을 갖고 정국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당정치를 하는 민주국가에서 야당총재가 바뀌었는데도 두달이 넘도록 여야 총재회담 한번이 없었다는 건 부자연스럽고 대외적으로도 설명하기가 난처한 일이다.

영수회담을 열어 모든 현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남북관계.경제회복.실업대책 등과 정기국회의 남은 일정 등에 관해 여야가 대국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해주기 바란다.

여야 영수간의 이런 대화와 그에 이은 정국 정상화.국회 순항 (順航) 등은 그것 자체가 현 상황에서 국가적 요청이라 할만하고 전체 사회.경제적 분위기에도 크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金대통령도 국내정치 문제를 개운하게 풀고 정상외교에 나서는 것이 홀가분하고 대외문제에 대한 야당의 초당적 지원도 얻을 수 있다.

전처럼 어색한 상태로 귀국후 방문성과 설명회에 야당총재를 초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좀더 넓고 열린 마음으로 곧 영수회담을 열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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