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 방북파장]북미관계·경수로도 해빙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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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최고실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면담은 향후 북.미관계, 경수로사업 등 북한의 대외관계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적으로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20일 방한,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의 16일 방북, 크레그 토머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공화) 의 8일 방한을 앞두고 있다.

또 잠수정 침투.미사일 발사실험 파문으로 미 의회의 거센 반발을 받고 있는 북측은 최대의 외교 목표인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 등 이래저래 '한반도 문제' 가 초점이 되는 상황이다.

북측은 미국과 '테러리스트 국가' 지정을 철회하기 위한 협상도 하는 중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金위원장의 鄭명예회장 전격 면담은 클린턴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유화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대통령 방한의 첫째 목적이 바로 대북 경수로.중유공급에 강경 반발하는 공화당 주도 미 의회에 '포용정책' 의 중요성을 현지에서 강조하려는 것이기 때문. 3일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가 예상되고 있어 북측으로서는 '이미지 개선' 을 하지 않을 경우 자칫 더 큰 압박을 맞을 상황이었다.

결국 이번 면담은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우호적 응답이라는 '명분' 으로 미 행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현대로부터 9억6백만달러의 '실리' 까지 챙김으로써 북한으로선 양수겸장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확실한 실리를 약속할 경우 북한은 언제든 대화테이블에 나선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의 여타 대기업에 전달한 것" 으로 이를 요약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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