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욱 전사정비서관 구속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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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 (金泳三.YS)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5년간 줄곧 사정업무를 맡았던 배재욱 (裵在昱) 비서관의 구속은 YS뿐 아니라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사안 자체는 진로 장진호 (張震浩) 회장과의 뇌물수수 관계로 비교적 단순하지만 추가 수사과정에서 李총재 대선자금 모금의 '불법성' 문제가 바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관계자가 裵씨의 경우 임기말에는 YS를 모시기보다 이회창 총재의 대선운동에 적극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李총재측을 긴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선 주요이슈중 하나였던 'DJ 비자금의혹 자료' 도 사정실무책이었던 裵씨가 사정기관을 동원해 만든 작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료는 당시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이회창 총재를 거쳐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에 의해 폭로됐다고 姜총장 스스로가 대선후 밝혔었다.

이미 裵씨의 부하직원이었던 오정은 (吳靜恩) 행정관이 이회창 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裵씨 자신이 장진호 회장 등 재계인사들에게 선거자금 지원을 권유했다는 의혹도 여권의 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일단 개인비리 차원의 문제로 규정해 공식반응은 피하고 있다.

裵씨는 경남고 출신의 전형적인 'YS맨' 으로 YS의 '선거불개입 입장' 에 따라 李총재를 돕지 않았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방향이 이회창 총재의 대선자금쪽으로 튈지 몰라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裵씨에 대해선 여권이 언젠가 한번 '손 볼 대상' 으로 점찍어왔던 측면이 있다.

정치인 사정을 비롯한 여권의 비리척결이 혼선을 빚은 데는 裵씨가 청와대를 떠나면서 5년간 축적된 '사정파일' 을 파기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무성했었다.

YS측도 홍인길.김우석씨에 이어 裵씨마저 구속되자 적잖이 불쾌한 표정이나 공식반응은 자제했다.

민주대연합설, 국민회의의 국민신당 흡수, 청문회 문제 등으로 DJ - YS 알력설이 확산돼 있어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청와대측 역시 "裵씨 구속을 YS와 관련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 라며 신중한 태도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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