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일 별똥별쇼…'인공위성 다칠라'비상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오는 17~18일 일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천문현상이 예정돼 있다. 지구와 대규모 우주먼지의 만남이 그것. 사자자리 유성우로 알려진 우주 폭죽놀이가 33년만에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마냥 기대만 할 수는 없는 실정. 지구 상공을 도는 이들 우주먼지가 인공위성에 미칠지도 모를 타격 때문이다. 유성우의 실체와 그 영향 등을 알아본다.

현재 우주 공간에서 작동하고 있는 우리 나라 위성은 4기. 무궁화 1.2호와 우리별 1.2호가 있다. 한국통신 위성관제팀은 다음주 중반부터 이번 유성우에 대비해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미항공우주국 (NASA) 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려는 것. 위성관제팀 관계자는 "17~18일에는 유성우의 방향과 태양전지판을 평행 시켜 우주먼지와 부딪칠 확률을 최소화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무선호출.위성방송 등 기본기능을 제외하곤 운용을 중단할 계획이다.

예비품에 대한 전원차단도 그 중 하나. 본 부품이 손상당하면 이를 응급 복구하기 위한 준비다.

위성의 가격은 보통 대당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 만약 예비품까지 손상시킬 정도로 우주먼지의 타격이 크다면 엄청난 손실이 된다.

우주먼지들은 이미 우주공간 속에 흩뿌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주먼지를 뿌린 주범인 템펠 - 터틀 혜성은 33년마다 이처럼 때로는 많게 또는 적게 흔적을 남겨왔다.

이 공간을 지구는 초속 30㎞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66년의 '유성우 행사' 와 달라진 점은 5천 개 가량의 인공위성을 달고 돌진한다는 것. 당시 지구 상공의 위성은 수십 개도 못됐다.

5천 개 중에 따끔한 먼지 맛을 볼 위성이 있을까. 20개의 통신위성을 운영하고 있는 인텔세트사는 유성우로 인한 위성 손상 가능성을 2%로 잡고 있다.

직접적인 손상 외에도 위성의 동작이 이상해질 수도 있다.

유성우가 만드는 파장에 의해 발생한 전자파가 지상에서 발사하는 신호와 뒤섞여 잘못된 동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유성우가 몰아치는 우주 공간에 떠있는 미르 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탈출계획까지 세워 둔 상태다.

일부 중.저궤도 위성은 더욱 위험할 수도 있다.

이는 우주먼지가 지구에 가까워 질수록 인력에 끌려 좀 더 빠른 속도로 낙하하기 때문. 천문대 박석재 (朴碩在) 박사는 "최고 초속 72㎞로 맹돌진하는 유성체도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5백㎞ 남짓 상공을 떠도는 첩보위성이나 탐측위성 등이 주의해야할 대상. 물론 위성의 손상 없이 우주 폭죽놀이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대규모 유성우는 지상에서 보면 마치 폭죽이 터진 후 떨어지는 불찌꺼기처럼 퍼져 보인다.

이는 유성우가 '각자' 무차별적으로 떨어지지만 너무 먼 곳에 있어 방사상으로 툭 터지는 것처럼 관측되기 때문이다.

평행한 철길이 멀리서 보면 한 곳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유성우가 기대 반 걱정 반인 또 다른 이유는 텀펠 - 터틀의 운동방향이 지구 공전과 반대라는 것. 따라서 어떤 우주먼지보다 빠른 속도로 낙하하기 때문에 강한 마찰열로 밝은 빛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만큼 속도도 빨라 위성에 부딪히게 되면 충격도 크다. 20세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대규모 유성우 쇼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궁금하다.

김창엽.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