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전통문화 기획사'매그로사업단' 최인철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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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대가 변하면 생활풍습이나 관습도 변한다.

집안의 뿌리가 담겨있는 족보 (族譜) 라고 하면 예전에는 어려운 한자 (漢字) 로 뒤덮인 누런 종이 책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런 족보는 점차 골동품이 되고 있다. 동영상과 음악까지 갖춘 CD롬타이틀 족보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CD롬 족보는 선조들의 행적과 문중 역사 등 귀중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데다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상품성도 높습니다. "

전통문화 전문기획사인 '매그로사업단' 의 최인철 (崔仁哲.28) 사장은 요즘 문중.가족들의 족보를 CD롬 타이틀에 담아내는 일에 푹 빠져 있다.

그가 족보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년 전 한국족보신문에 입사하면서부터. "집안에서 어른들 속을 꽤 썩였던 반항아 시절을 보내고 스턴트맨 등을 하다가 한국족보신문에 들어간 뒤 족보에 매혹됐어요.

의외로 시장규모도 크다는 것을 알게 돼 CD롬 타이틀로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 그는 전 재산인 1천만원과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무작정 일을 벌인 다음 친구.선후배 등 7명을 끌어 모아 국내 2백74개 성씨 (姓氏) 의 족보를 CD롬 타이틀에 담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운 그는 이미 경주 이 (李) 씨 족보를 완성했다. 또 경주 김 (金) 씨.천안 전 (全) 씨 등 여러 문중의 CD롬 족보를 개발 중이다.

매그로가 개발한 CD롬 족보는 단순히 기존의 족보를 CD에 옮겨 놓은 차원이 아니다. 문중사를 요약한 다큐멘터리 동영상은 물론 음악.나레이션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춰 딱딱하기만 했던 족보를 재미있게 꾸몄다.

제작기간은 문중 족보가 2개월, 직계족보 (家承譜) 는 1개월 정도. 가격은 데이터량에 따라 다른데 보통 2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선. 그는 앞으로 2백74개 문중의 족보를 인터넷에 홈페이지로 구축, 많은 사람들이 쉽게 족보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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