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추징금 758억 납부 … 벌금 최소 570억 더 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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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연차(64·사진) 전 태광실업 회장이 지금까지 탈세에 대한 추징금으로 758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 그에게 부과한 전체 추징금은 모두 869억원이다. 따라서 박 전 회장은 앞으로 111억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박 전 회장은 APC 배당 소득세 탈루 등 289억원을 탈세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통상의 경우 탈세 범죄에 대해서는 탈세액의 2~5배 사이에서 벌금형이 병과된다. 최종 선고가 내려지면 이론상 최소 570여억원에서 최대 1440여억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관기 변호사는 “이미 거액을 납부한 점을 감안해 벌금을 최소로 잡더라도 추징금 111억원에 벌금을 합할 경우 수백억원대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대기업도 추징금과 벌금으로 1000억원 가까이 낸 사례가 거의 없다”며 “연 매출 3000억원인 재계 620위권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금액”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추징금과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제적 고통 외에 박 전 회장은 정신적 고통도 겪고 있다. 지난 5월 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직접적 계기였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서거 이후 비통해하는 모습을 봤지만 그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끔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볼 때 말로 다하기 어려운 온갖 회한이 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을 때도 45일간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박 전 회장은 담당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24일 구속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3주간이다. 그는 나오자마자 삼성서울병원에서 협심증 혈관확장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관상동맥 일부가 손상되고 심장발작을 일으켜 중환자실로 옮겨지기도 했다. 의료진 관계자는 “추가로 할 예정이던 허리 수술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8개월여의 수감 기간에 거의 매일 대검의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기력과 정신력이 약해졌다고 한다. 대검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변호인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보석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에선 박 전 회장이 수감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강수·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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