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난폭자’ 백상아리 영종도 앞바다에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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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해변가에 대형 식인상어 ‘조스’가 출현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이 상어는 죽었다.

9일 인천해경에 따르면 8일 오후 10시10분쯤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마시란 해변에서 길이 5.5m·무게 1t의 크기 백상아리(사진) 한 마리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백상아리는 마시란 해변에서 3㎞쯤 떨어진 갯벌의 갯골(갯벌에 물이 들고 나는 길)에서 산 채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상어를 발견한 피서객 이모(35)씨는 “물이 빠져 갯벌을 산책하던 중 갯골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 보니 살아있는 상어였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영종파출소의 황성준 경사는 “상어는 한 시간쯤 퍼덕이다 죽었다”며 “썰물 때라 바로 옮길 수가 없어 꼬리를 닻줄로 묶은 뒤 대형 닻으로 고정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물이 들어온 뒤인 9일 오전 4시쯤 어선을 이용해 이 상어를 덕교 선착장으로 끌어왔다. 상어를 감별한 서해수산연구소 김인옥 박사는 “백상아리의 최대 크기가 6m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다 자란 개체”라며 “먹이를 좇아 얕은 바다까지 접근했다가 물이 빠지면서 바다로 되돌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어는 공매를 위해 9일 오후 인천 연안부두로 옮겨졌다. 인천에서는 1998년 먼 바다인 덕적도 해상에서 백상아리가 한 차례 발견됐으나 연근해에서 나타나기는 처음이다. 올 들어 지난달 말 경남 거제도의 한 해수욕장 인근에서 귀상어 2마리가 나타나 피서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 3월에는 동해시 앞바다와 남해안 서부에서 백상아리 3마리가 잇따라 잡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상어에 의한 인명피해 사례는 모두 여섯 차례(5명 사망, 1명 중상). 81년 충남 안면도 근해에서 해녀 1명이 식인상어의 공격으로 숨졌고, 2005년 6월에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 해상에서 전복을 잡던 해녀가 상어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었다.

서해수산연구소의 황학진 박사는 “수온상승으로 아열대성 어류인 상어가 우리나라 바다에 출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어의 주 먹이인 쌍괭이(작은 돌고래의 일종) 등의 서식지도 점차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경은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피서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백상아리=‘바다의 난폭자’ ‘식인상어’로 불린다. 영화 ‘조스’(1975년 작)에 나와 유명하다. 등은 회색이고 배쪽은 흰색이다. 이빨은 삼각형 모양으로 매우 날카롭다. 수명은 15년 정도이며, 최대 6.5m 정도까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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