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작을수록 '귀한 몸'…9월 판매량 사상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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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고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러시아.중국.동남아 등으로의 수출물량이 급증하는가 하면 최근 실직사태로 크게 늘어난 개인사업자 등이 1톤 트럭을 비롯한 중고 화물차를 많이 찾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 (IMF) 이후 움츠러 들었던 일부 부유층의 씀씀이가 다시 커지면서 중고 외제차.대형 승용차가 잘 팔리는 추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대형차보다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중.소형차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서울시의 월간 중고차판매실적은 3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했고 특히 9월에는 중고차시장 개장 이래 사상최대인 1만1천3백21대를 기록했다. (장안평.서부.남부등 서울에 있는 8개 시장 기준) 중고차 시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기아자동차 부도여파와 불황으로 거래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었다.

◇ 중고차 왜 잘 팔리나 = 서울시매매조합 유성종 (柳晟鐘) 과장은 "중고차 수출이 급증한 것이 중고차거래 활성화의 주된 요인" 이라고 분석했다.

건설교통부에서 집계한 전국 중고차 수출현황에 따르면 9월의 경우 중고차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백% 이상 늘어났다.

IMF 이후 크게 늘어난 개인사업자들의 화물차 구입 붐도 중고차 활황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9월의 상용차 거래량은 3천3백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7%나 늘었다.

특히 화물자동차 거래는 총 2천1백56대로 지난해 같은달 (1천3백38대) 보다 무려 1천대 이상 더 팔려 나갔다.

이밖에 일부 부유층들의 외제차와 대형 승용차 구입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흐름. 9월중 팔린 외제중고차는 2백94대로 전년동월 (2백7대) 보다 42% 늘어났다.

이는 월간 판매로서는 90년이래 사상 최대기록. 같은 기간 대형 승용차 판매도 지난해보다 5.9% 늘어난 1천4백78대를 기록했다.

◇ 중고 승용차의 가격역전 = 일부 부유층이 대형 승용차를 선호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중.소형차 선호가 뚜렷한 추세. IMF 이후 비싸진 기름값이 주 원인이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경차가 인기를 끌면서 경차.소형차의 가격차이가 불분명해졌고 중형차보다 소형차, 대형차보다 중형차가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7년식 현대 마르샤 2천㏄와 2천5백㏄ 골드의 경우 새차 값은 골드가 6백80만원 비싼데 반해 중고차 값은 2천㏄짜리가 거꾸로 50만~1백만원이 더 비싸다.

같은 연식인 기아의 포텐샤 2천㏄는 3천㏄보다 신차 출고가격이 무려 9백30만원이나 싸지만 중고차 값은 오히려 1백50만원이나 높게 형성되고 있다.

서울장안평 삼진상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로 소득이 감소하면서 유지비가 싼 중.소형차가 대형차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그러나 중고차시장의 가격체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반길 수만은 없다" 고 말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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