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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 협력은 필수 경쟁은 필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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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05면

"와~ 정말 아인슈타인을 만나셨어요?" 양전닝(88391957년 노벨 물리학상39사진 왼쪽) 박사와 이집트에서 온 노르헴 모함드(사진 오른쪽)39디나 타렉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5일 오전 11시30분 쓰쿠바 국제회의장 406호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 기자회견장. 고시바 마사토시 ASC 자문위 공동위원장에게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따지듯 물었다. “일본이 주관국인데 왜 일본 학생들을 중국·인도 학생하고 똑같이 30명밖에 안 받았습니까?”

일본 쓰쿠바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에선

ASC는 중국 30명, 한국 10명, 이집트 5명 등 국가별 인원 제한이 있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나라는 예외를 인정한다. 주관국에서 항공편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데 대한 일종의 보상 같은 것이다. 일본의 신문기자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물은 것이다.

고시바 박사는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일본 학생들에게도 좋다”며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캠프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마코토(65·2008년 노벨 물리학상) 박사는 “여러 나라 과학도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이집트나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같은 인근 국가까지 ‘아시아 캠프’에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노 도모히코(21·교토대 물리학과 3학년)는 “일본에서 주관했지만 스리랑카나 네팔에서도 학생들이 와서 놀랐고 기뻤다. 정말 좋은 기회”라고 흥분했다. 이스라엘에서 온 아다이아 베블리(18·여·대입 준비생)는 “다른 분야, 다른 문화, 다른 연구 방법론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협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캠프에서 배웠다. 앞으로 연구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개국에서 온 ASC 캠프 참가자 200명은 ‘지구온난화’ ‘신약 개발’ 등 관심 분야에 따라 5명씩 한 조를 이뤘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한 팀이 된 것이다. 각 조는 강의도 함께 듣고 연구과제를 큰 종이에 표현하는 ‘포스터 경쟁’을 다른 조들과 펼쳤다.

리위안저(李遠哲·73·1986년 노벨 화학상) 박사는 “과학자에겐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젊은이들은 경쟁하는 것만 알기 쉬운데 협력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터 경쟁을 통해 같은 조끼리는 협력하고 다른 조와는 경쟁하며 과학자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일본 여학생은 고시바 박사에게 ‘협동과 경쟁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을 물었다. 고시바 박사는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현대과학은 뉴트리노 연구에 쓰는 수퍼 가미오칸데(물 5만t을 이용한 입자 탐지기)처럼 엄청나게 크고 비싼 장비와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5일 오전 ASC를 찾은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윤 이사장은 “아시아의 과학 영재들끼리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노벨상 수상자들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캠프가 끝나기 이틀 전인 6일 저녁 조별 포스터 준비가 시작됐다. 각 조의 학생들은 제법 친숙해 보였다. 밥도 함께 먹고 웃고 떠드는 모습이 오랜 친구 같았다. 부르카를 두른 이집트 소녀, 전통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네팔 청년,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소녀가 머리를 맞대고 영어로 의견을 맞춰 갔다.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에서 5개 조에 2명씩 자문 교수들을 파견했다.

프랑스 출신의 레오나르드 샤바스 KEK 교수는 “아시아에 이렇게 젊은 엘리트들이 많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E=MC2 정도는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들끼리 일주일 동안 협동 연구를 해 본다는 건 굉장한 일”이라며 미래의 아시아 과학 네트워크를 기대했다.

인도에서 온 최연소 참가자 세헬 코시크(13)도, 한국의 홍지영(18·수원외고 영어과)양도 “아시아 각국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뛰어난 친구들을 사귀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7일 학생들의 포스터 발표와 만찬 행사엔 이례적으로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참석했다. 양전닝(楊振寧·88·1957년 노벨 물리학상) 박사는 “지구온난화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과학이고 아시아의 중요성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아시아와 과학이 만난 ASC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
2005년 독일 린다우섬에서 열리는 노벨상 수상자 과학캠프 ‘린다우 미팅’에 나란히 초청된 고시바 박사와 리위안저 박사가 ‘아시아의 린다우 미팅’을 만들자고 결의한 것에서 출발했다. 2007년 타이완에서 첫 대회가 열렸다. 쓰쿠바 캠프는 일본 KEK가 주관했다. 2010년은 인도 호미 바바 연구소가 주관한다. 2011년 한국 캠프는 중앙SUNDAY와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 민동필)가 주관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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