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가 총명함을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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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외모나 개성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뉴스위크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쳤다면 또는 그러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인생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능과 성실성이 좀 떨어져도 외모가 출중하면 괜찮다는 말이다.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다른 요소들이 모두 똑같다고 가정할 때 교사들은 못생긴 아이보다 잘생긴 아이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외모와 개성이 어릴 때의 성적 향상을 좌우하며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학계에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너무 많아 ‘매력 효과’라는 버젓한 이름까지 있다. 최근 마이애미 대학의 사회학자 마이클 T 프렌치 교수 연구팀은 별로 호감을 주지 못하는 개성에다 외모마저 평범한 아이들이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느낄 만한 또 다른 이유를 찾아냈다.

‘노동경제학’지 8월호에 발표될 ‘매력·개성·스타일이 고등학교 학업성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들은 제목의 그 세 가지 요인이 실제로 고등학생의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연구팀은 고등학교만 조사했다).

신체적 매력이 “여학생들의 학업성적에 긍정적이고 통계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들의 결론은 다른 많은 조사결과와 일치한다(남학생의 경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외모보다 개성과 스타일의 내신점수 향상 효과가 더 크다는 결론이 과거의 연구와는 다르다.

연구팀은 “스타일이 아주 출중하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내신점수 프리미엄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남학생의 경우 스타일이 평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여학생에게는 매력적인 개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남녀 학생 모두 신체적 매력 하나만으로도 내신성적 향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신체적 매력은 스타일(남학생)이나 개성(여학생)보다 성적 향상 효과가 적었다. 이는 교사의 편견이 학생의 성적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교사들은 신체적 매력과 개성이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을 준다.

이런 결과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미모 프리미엄’과 ‘평범함의 불이익’은 어떻게 작용할까?(잘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경제학자들의 표현이다).

특히 높은 소득이 아름다움의 직접적인 영향(상사나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능력과 경험 수준보다 더 많은 보수를 준다)이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을 반영하지는 않았을까? 말하자면 교사들로부터 여러 해 동안 남보다 많은 관심과 보상을 받다 보니 매력적인 사람들이 더 자신감이 커지고 총명해지며(긍정적인 보살핌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공부를 더 많이 했다) 따라서 정말로 더 유능해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능한 얘기는 매력과 호감을 주는 개성이 어릴 때의 성적 향상과 관련이 있으며 커서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뿐이다. 그러나 내가 궁금한 점은 따로 있다. 유전학이 발달한 요즘, 과학자들은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추적한다.

아직 발견되거나 검증된 유전자가 없으며 최근 유력한 후보 둘이 탈락했다(과학자들이 마이크로세팔린과 ASPM이라는 유전자와 IQ 간의 연관성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가 언젠가는 발견된다고 믿어도 좋으며 그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IQ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올 것이다.

태아 진단검사 또는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기업이나 대학에서 지원자를 선발할 때 유전자 검사를 앞다퉈 도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한번 따져보자. 과학자가 유전자와 어떤 특성 간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해도 그 유전자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가령 유전자 X와 IQ의 연관성을 밝혀낸다고 치자. 그러나 실제 지적 능력과 무관한 메커니즘을 통해 성격이 어떻게 어린이들의 학업성적을 향상시키는지 그리고 미모 프리미엄 효과를 위에서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런 정보를 근거로 할 때, 유전자 X가 예컨대 시냅스를 더 촘촘하게 하거나 두뇌 뉴런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거나 지능을 높이는 어떤 다른 효과를 유발하기는커녕 실제로는 코를 오뚝하게 하거나 눈을 예쁘게 하거나 성격을 밝게 만들 뿐이라면 어떻게 하나? 실제로 하는 일이라곤 사회에서 (실력과는 상관없이) 더 높은 성적으로 보상하고 그 결과 직장에서 더 출세하도록 하는 특성을 줄 뿐인데도 X가 진정한 IQ 유전자로 칭송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그냥 궁금해졌다. ■

SHARON BEGLE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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