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총장의 ‘역발상’ … 불황 모르는 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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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열린 부산-IBK 국제배구대회 남자부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결승전에 1만109명의 관중이 몰렸다. 연고 팀도 없는 부산에서 단일 경기 1만 관중 시대가 열리자 배구인들은 고무됐다.

그 뒤에서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박상설(56·사진)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이다.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 사장인 그는 자동차 영업라인을 동원, 물밑 홍보전을 벌였다. 그는 “계열사(우리캐피탈)에 배구팀이 있다. 프로배구가 잘되면 그 열매는 기업이 갖는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역발상 행정이다.

그는 지난해 2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하면서 최대 난제였던 신생 팀 문제를 우리캐피탈 창단으로 해결했다. 최근에는 구단 간, 또 구단과 선수 간 의견이 충돌했던 자유계약선수(FA)제 도입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배구선수 출신 기업인인 그는 구단과 선수 양측에 상대 입장을 정확히 설명할 수도, 또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도 있었다.

KOVO는 지난해 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이번 부산국제대회에 부산시· IBK기업은행 등을 스폰서로 영입, 흑자 대회를 만들었다. 다른 종목은 불황을 모르는 프로배구가 부러울 따름이다.

박 총장은 “예전 자동차 세일즈맨 시절엔 한 해 차를 150대도 팔았다. 고객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접근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OVO에는 대우차판 마케팅팀이 파견돼 활동 중이다.

최근 KOVO는 대한배구협회로부터 “아마배구 기금으로 배구회관을 세울 테니 입주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박 총장은 되레 “배구회관은 KOVO가 세울 테니 기금으로는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같은 배구 전용훈련센터를 짓는 게 어떻겠느냐”고 역제의했다. “아마추어 없이는 프로도 없다. 전용 훈련시설이 생기고 꿈나무들이 배구를 해야 프로배구가 풍성해질 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보다 훈련장이 급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KOVO는 최근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 중이다. 광고시장 축소 등을 이유로 방송사는 중계권료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박 총장은 역으로 “중계권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중계권료는 프로배구의 가치다. 중계권료가 떨어지면 리그와 구단 가치도 떨어지는 것이다. KOVO가 나서서 방송사 광고 유치를 돕더라도 중계권료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프로배구도 방송사도 광고기업도 윈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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