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악연 권영해씨 4번째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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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속수감 중인 권영해 (權寧海) 전 안기부장이 '북풍 (北風) 사건' 과 질긴 악연 (惡緣) 으로 다시 추가 기소됐다.

북풍사건이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金大中)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 등이 조직적으로 벌인 안보 위기 조성과 색깔논쟁. 검찰은 26일 '신 (新) 북풍' 으로 불렸던 판문점 총격 요청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權전부장을 국가보안법상의 특수 직무유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구속된 장석중씨가 안기부 공작원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옛 안기부 간부들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됐을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權전부장의 혐의 사실은 수사발표 당일까지 보안이 유지돼왔다.

새 정부 들어 공안팀이 전면 교체된 이래 權전부장의 추가 기소는 이번으로 세번째. 지난 3월 '윤홍준 (尹泓俊) 기자회견' 및 '오익제 (吳益濟) 편지 사건' 등과 관련돼 구속된 權전부장은 이후 '김대중 X파일' 발간 및 안기부 직원 불법 감금 등에 개입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결국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權전부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 비밀리에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지검 11층 특조실은 지난 3월 權전부장이 자살기도를 했던 장소. 검찰은 조사에 앞서 權전부장의 온몸을 수색하고 수사관들로 24시간 감시하게 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의외로 체념한 모습이었다고 한 수사관은 전했다.

權전부장은 검찰조사에서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으며 총격 요청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있다" 고 시인하면서도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알게 된 비밀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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