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앞둔 4자회담]북한 명분,한국·미국는 실리확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자회담의 첫번째 난관인 분과위원회 구성 협상이 곧 타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네바 회담장의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협상 급진전 계기가 마련된 것은 이번 3차 본회담 이틀째인 지난 22일 오전 (현지시간) 의 수석대표 회담.

이 회담에서 분과위 구성에 관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큰 원칙에 수석대표들이 합의했고 그 원칙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실무작업은 차석대표급 회담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

이에 따라 4개국은 이날 오후부터 차석대표급 회담을 열어 다음날까지 막바지 문안작업을 계속중이다.

수석대표 회담을 마치고 나온 찰스 카트먼 미국 수석대표는 회담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며 밝은 표정으로 대답, 중대한 합의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회담장 주변은 처음부터 별 성과가 없을 것이란 비관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평소 입이 무겁고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그가 '상당한 진전' '낙관적' 이란 용어를 사용하자 분위기는 일순 낙관쪽으로 바뀌었다.

더구나 그는 "이번 회담기간이 끝날 때까지 모종의 합의에 이를 것으로 낙관한다" 고 덧붙여 분과위 구성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암시. 박건우 (朴健雨) 한국측 수석대표도 "상당히 건설적이었다" 며 이례적으로 '상당히' 란 말을 강조했다.

○…각국 대표단은 합의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 한 회담 관계자는 "협의 중간에 합의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경우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라면서 궁금해 하는 기자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며 인내를 당부했다.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의제로 우선 확정할 것을 고집하는 북한 입장과 절대로 이는 안된다는 한.미의 입장이 어떻게 타협점을 찾았는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

이와 관련, 분과위 구성과 관련한 미국 수석대표의 공식발표문에 북한측 입장을 명기해 '유념' 한다는 정도의 성의를 표하는 대신 분과위의 공식의제로는 삼지 않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됐다.

이럴 경우 북한은 북한대로 생색을 낼 수 있으면서 한국은 한국대로 의지를 관철했다고 만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은 전에 없이 부드럽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차 본회담에서는 타협에 합의해주기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온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특히 김계관 (金桂寬) 수석대표나 이근 (李根) 차석대표 모두 의장국인 한국대표단에게 상냥한 태도를 보이며 회의 진행과 관련, 한국측에 칭찬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

李차석대표는 진전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진전이 있다고 말하는 쪽에 물어보라" 며 딴청을 피우면서도 매우 유쾌하고 활기찬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이 그동안 회담과정에서 보인 예측 불허성을 감안할 때 이같은 일부 진전을 섣불리 낙관론으로 연결하기 힘들다는 논리로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