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축구대표 뽑힌 조동건, 작년 대표팀 소집날 병원행 … 희망과 절망 함께 맛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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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조동건(23)이 14개월간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파라과이 평가전(12일)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접한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막상 꿈이 이뤄지니 얼떨떨하다”는 그에게 지난해 5월 희망과 절망이 주마등처럼 지나쳤다. 조동건은 지난해 3월 프로 데뷔전에서 2골을 터뜨렸다. 그 다음 경기에서도 2골.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자 축구계는 “오랜만에 물건이 나왔다”고 흥분했다. 신인왕 후보인 그에게 태극마크가 주어지는 건 당연했고 지난해 5월 월드컵 3차 예선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합류 당일이던 5월 28일 그는 대표팀 훈련장 대신 병원으로 향했다. 좀처럼 가시지 않던 오른쪽 정강이 통증이 피로골절 때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기나긴 재활을 시작했다.

부상의 여파는 컸다. 대표팀은 물론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밀려났다. 이근호(이와타)와 전세가 역전됐다. 사실 이근호는 조동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대체 요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근호는 수차례 허정무 감독의 테스트를 거쳤지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랬던 이근호는 현재 대표팀 주 공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의 대표팀 공격 라인은 이근호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틀을 갖췄다. 그렇지만 허 감독은 조동건에 대해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결정력과 위치 선정 면에서 재능이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조동건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7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신태용 성남 감독도 “(조동건은) 슈팅 타이밍이 반 박자 빠르다. 부지런히 위치를 바꿔 가며 골을 노리는 움직임은 타고났다”며 허 감독과 비슷하게 평가했다. 물론 이근호를 필두로 박주영(모나코)·이동국(전북)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 성남에서 이동국을 벤치로 밀어냈던 조동건은 “쉽지 않겠지만 나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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