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4자회담전망]한·미 '분과위구성'에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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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무래도 51%보다 49%쪽에 가깝지 않을까요. " 한국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4자회담 3차 본회담의 결과를 점치면서 낙관보다 비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분과위원회 구성문제가 타결된다면 '대성공' 이라고 보고 있다.

차기 회담 일자조차 정하지 못하고 끝난 2차 회담과 달리 다음 회담 날짜만 잡고 끝나더라도 '진일보' 로 평가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그건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낙관을 허용할 만한 징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는 20일 내년도 대북 (對北) 중유지원 예산 3천5백만달러 책정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의회가 부과한 까다로운 조건을 공개했다.

미사일회담의 진전, 영변 (寧邊) 지하시설 의혹 규명 등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주문들이다.

회담 직전 미 의회가 북한을 자극한 꼴이 돼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회담에 앞서 연일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의 핵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4자회담의 우선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종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회담의 의장국은 한국이다.

한국 주재 회담에서 북한이 선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북한이 의장국이 되는 다음번 회담에서 선물 보따리를 푼다면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지난달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양측 현안을 일괄 타결하면서 4자회담과 관련, '분과위 구성을 위해 노력한다' 고 다짐한 사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30만t 식량을 지원키로 한데 대해 북한이 뭔가 성의표시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기대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은 현단계에서 의제로는 못 삼지만 논의를 못할 건 없다는 자세로 북한을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분과위 구성문제가 타결돼 4자회담의 조직과 운영체계가 마 련된다면 획기적 진전이라는 것이다.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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