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등산로 만든다며 자연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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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을 좋아해 시간만 나면 배낭을 메고 등산을 한다. 특히 집 근처에 있는 관악산은 1주일에 세번가량은 오를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 쇠기둥을 박고 시멘트를 발라 경사길을 등산로로 재정비한 것이다. 계단까지 만들어놓아 등산로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등산을 하다 보면 계단이 훨씬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계단 옆에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등산 길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등산객을 위한다며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시멘트 등산로를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엔 관악산에 있는 큰 사찰의 앞마당까지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도로를 정비한 탓에 절 주변의 산이 훼손된 일도 있다.

이제는 등산객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벌이는 이런저런 공사를 제발 중단했으면 좋겠다.

양인숙.서울 구로구 구로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