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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재래시장 관광상품으로 거듭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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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민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소비도 편리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다. 어느새 전국에서 할인점.편의점.TV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업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생계의존형 중소유통업 중심의 재래시장이 위축돼 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지방 중소 도시의 경우는 장기적인 불경기로 재래시장 종사자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주해 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2007년까지 1조1890억원의 예산을 들여 권역별 공동물류센터 건립 등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경상북도도 올해 206억원을 투자해 24개 재래시장에 아케이드 설치 등 환경개선을 하고 매월 넷째주 금요일을 '재래시장 가는 날'로 정했다.

경북 안동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안동시는 2001년 '안동시 재래시장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재래시장 공간의 특성화.현대화와 함께 상인들의 의식 개선, 시장조직 활성화, 경영 합리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 최대 재래시장인 안동 중앙시장에 28억원을 들여 지난 4월 이미 아케이드 설치 등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 또 안동 구시장에 28억원 등 2007년까지 기존 재래시장과 농촌 5일장 활성화에 총 1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100여개 시장 중 안동 풍산시장은 유일하게 전통 5일장의 관광상품화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풍산시장은 시가지가 아닌 교외에 위치하면서도 장날인 3일과 8일은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규모의 큰 장터가 형성되는 곳이다. 연간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명관광지 하회마을 진입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내년 말까지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안동시는 인터넷에도 '사이버 안동장'을 개설, 지역 농.특산품 판매 지원 등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중소유통업 중심의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자치단체 외에 상인 및 지역민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없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상인들 자체적으로도 개별점포를 정비한다든지 시장 번영회를 중심으로 시장 운영매뉴얼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과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민들도 지방화시대에 지역경제 활성화는 시민들의 몫이라는 인식 아래, 재래시장을 적극 애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상인 스스로가 변해야 할 것이다. "재래시장활성화 방안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활성화를 바라는 '상인들 자신'이다"라는 지적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윤병진 지방분권운동 안동본부 상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