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에 소형 수력발전소 16곳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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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16개의 친환경 소형 수력발전소가 설치된다. 공사 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는 단양쑥부쟁이·흰수마자 등 4대 강 주변의 멸종 위기 동식물에 대한 보호 대책이 추가로 만들어진다. 또 이들 강 주변의 친수 공간에는 주차장을 만들지 못한다. 본지가 5일 단독 입수한 ‘4대 강 살리기 환경영향평가서’의 지적에 따라 정부가 추진키로 한 내용들이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환경영향평가서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4대 강에 건설되는 16개의 용수 확보용 보(강을 막아 쌓는 둑)에 각각 수력발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16개 보의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27만8471MWh로 5만6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각 보의 연간 발전량은 낙동강의 함안보(4만3029MWh)가 최대이고, 영산강의 승촌보(3662MWh)가 가장 작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전량은 소규모이지만 물 확보용 보를 녹색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에도 쓴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둑을 높이기로 한 농업용 저수지 96곳 가운데 15곳에서도 소규모 수력발전을 하기로 했다.

◆생태계 보호 강화=본지가 입수한 8000페이지 분량의 이번 평가서는 4대 강 정비 공사가 강 주변 생물의 서식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양쑥부쟁이(한강)·가시연꽃(낙동강)·미호종개(금강) 등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종의 개체 수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부가 보완책을 만들도록 한 이유다.

국화과 식물인 단양쑥부쟁이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남한강 일대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이다. 4대 강 사업에 포함된 경기 여주군 강천면의 바위늪구비습지가 최대 자생지다. 평가서는 “사업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단양쑥부쟁이 자생지가 훼손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해당 지역을 보전 지역으로 정하거나, 전면 보전이 어려울 경우 인근 제방·모래톱에 옮겨 심으라”고 요구했다.

낙동강·금강에는 멸종 위기 어류인 흰수마자·미호종개가 살고 있다. 평가서는 “해당 어종의 서식지가 확인될 경우 인위적인 정비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훼손이 발생하는 곳은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라”고 밝혔다. 이밖에 가시연꽃·수달·황조롱이 등의 동식물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호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은 반드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며, 정부는 평가 결과를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평가서의 지적에 따라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환경 숙제’ 어떻게 풀까=이번 평가서는 국토부가 발주해 생태계·수질·소음 등의 환경 전문가가 작성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1차 평가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부와도 협의해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

1차 평가서에는 핵심 내용 가운데 일부가 빠져 있어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평가서는 강에 보를 설치하면 ▶물 흐름이 늦어지고 ▶홍수 뒤에는 부유물(쓰레기)이 쌓여 수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질이 어떻게 바뀔지 전망하는 예측모델은 적용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보의 구체적 설계가 아직 안 나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4대 강 사업이 예정대로 10월에 착공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준공 시기(2011년 말)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도 숙제다. 평가서는 상당수 지역에 대해 ▶봄철 어류 산란기 ▶여름철 조류 번식기 ▶겨울철 철새 도래기 ▶야간에 공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피하려면 정작 공사를 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김선하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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