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바둑]위빈-이성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복병 李誠宰5단

제1보 (1~25) =9월 4일 아침,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16강에 오른 얼굴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대국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

8판의 대국중 TV중계는 고바야시 사토루 (小林覺) 9단 대 목진석4단의 대결로 결정됐다.

보도진 사이에서 중국의 창하오 (常昊) 를 꺾은 신예 睦4단의 인기가 치솟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세계에서 인기의 허망함을 모르는 프로는 아무도 없다.

오직 승리만이 인기를 지탱해준다는 점에서 승부는 명쾌하다.

조작될 수 없다는 바로 그 점은 모든 승부사들의 커다란 위안이기도 하다.

목진석보다 프로에 2년 먼저 입문한 21세의 이성재5단도 마주앉은 중국 위빈 (兪斌) 9단의 가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묵묵히 앉아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서 당당히 8강까지 진출했다가 고바야시 사토루9단에게 패배했다.

비록 신인이지만 전투에 능해 누구라도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복병이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드디어 대국개시 선언이 떨어졌다.

돌을 가리니 李5단의 흑. 호흡을 가다듬어 우상귀 소목에 첫 수를 둔다.

8까지 유유히 흐르는 듯하더니 10과 11에서 판은 돌연 긴장하기 시작한다.

'큰 눈사태형' 이라 불리는 복잡한 정석은 1940년대 기성 우칭위안 (吳淸源)에 의해 연구된 것이지만 최근 연이어 신수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그 복잡함이 천문학적인 지경에 이르렀다.

위빈은 과연 26에 뛰어 가장 어려운 코스로 향했다.

쉬운 코스라면 '참고도' 백1로 잡는 것. 흑은 6으로 잡은 다음 A.B를 맞보게 되는데 兪9단은 봉쇄는 싫다며 26의 난코스를 택한 것이다.

박치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