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만화 인기…춤꾼출신 김수용씨 백댄서세계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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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최근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만화 '힙합 (서울문화사)' .우연히 백댄싱팀에 들어간 한 소년이 춤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 만화가 유달리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백댄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나 좌충우돌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춤꾼' 들의 생활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는 점 때문인 듯하다.

또 '토마스' '베이비' 같은 춤 동작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도 곁들여져 힙합춤 교본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인기비결 중 하나다.

이쯤되면 작가의 '전력' 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만화를 그리는 김수용 (26) 씨는 소문난 춤꾼이다.

그는 그저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폼나게 춤을 추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급 '댄서' . 무용학원을 운영했던 어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춤의 세계에 입문했던 그는 중고생 시절 마이클 잭슨.MC해머.박남정.현진영 등의 춤동작을 따라 배우며 기량을 닦았다.

92년에는 SBS 댄싱팀 리더로 활동했을 정도니 만화 내용도 생생할 수밖에.

"하지만 제게 춤은 취미입니다.

본업은 만화죠. 방송국에 들어갔던 것도 '힙합' 을 그리기 위한 취재작업이었던 셈입니다. "

그는 중학생 때 이미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중학교 2학년 때 소년지의 신인만화가 공모에 지원한 적도 있는 그는 고교시절 친구들과 만화동인을 결성하기도 했다.

'힙합' 의 아이디어도 당시에 떠올렸던 것. 대학도 필요성을 별 느끼지 못해 가지 않았다.

대신 기성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실무를 익혔다.

96년 데뷔작 '나간다 우라짱' 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힙합' 의 반응은 놀라웠다.

단행본 만화는 8천~1만2천부를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3권까지 출간된 이 책은 6만부씩이나 찍었다.

최근에는 뱃지.편지지.카드 등 '힙합' 의 캐릭터 상품도 나왔다.

"만화가도 '작가정신' 이 필요합니다.

춤동작의 세밀한 묘사를 위해 비디오로 제가 춤추는 모습을 찍어 컴퓨터로 프린트를 하는 것이나 스토리까지 스스로 쓰는 것도 '나의 작품' 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

스토리는 물론이고 뎃생, 배경, 먹칠 등 작업이 나뉘어져 있어 대본소 만화계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만화계의 갱스터가 되겠다" 는 그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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