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쌍용차 노조 진압 교두보 차체2공장 옥상 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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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의 차체2공장 옥상을 경찰이 접수한 4일 차체공장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차체2공장 옆에는 농성 중인 노조원 대부분이 머물고 있는 도장공장이 있다. [뉴시스]

경찰은 4일 오전 헬기 2대를 동원해 평택 쌍용자동차 차체2공장 옥상을 접수했다. 공장 밖에선 시위에 반대하는 사측 직원들과 민주노총 시위대가 번갈아 가며 서로를 공격했다.

경찰이 진압작전을 시작한 건 오전 9시50분. 헬기가 건물 위에서 최루액을 뿌리고, 수백 명의 경찰이 건물을 에워쌌다. 1시간 뒤 경찰특공대가 고가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옥상을 확보했다. 그동안 차체2공장 건물은 경찰이 확보했지만, 옥상은 노조원들이 점거해 왔다. 이로써 경찰은 노조원들의 주요 근거지인 도장2공장으로 진입할 길목을 열었다. 두 건물 옥상 사이의 간격이 6m에 불과해 사다리를 쓰면 쉽게 옆 건물로 넘어갈 수 있다.

쌍용차 도장·차체공장의 옥상은 경찰에 가장 위협적인 장소였다. 노조원들은 옥상 위에서 화염병을 던지거나 새총을 쏘아댔다. 도장공장 옥상까지 경찰이 확보하면 노조원들은 공장 안에서 완전히 고립된다.

이날 경찰은 도장1, 2공장까지는 진입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화염병 공격 등 저항이 격렬했다”며 “도장공장 진입이라기보다는 그에 앞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압박을 강화하자 도장공장에 있던 노조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2일 노사 협상이 결렬된 이후 도장공장에서 이탈한 노조원은 4일 오후 10시30분까지 125명이다.

공장 밖에서는 사측 직원과 민주노총 조합원의 충돌이 계속됐다. 이날 오전 공장 정문 앞에서는 사측 직원 500여 명이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빗자루를 든 채 나타났다. 이들은 “우리도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왜 농성 중인 노조원만 살게 하고 우리는 죽게 하느냐”며 민주노동당·진보신당·노조 가족대책위 측이 세워 놓은 천막 9개 동을 모두 철거했다.

사측 직원들의 공격은 3일 사측 직원 2명이 끌려가 구타를 당한 민주노총 천막에 집중됐다. 사측 직원들은 소리를 지르며 민주노총 깃발과 천막을 부쉈다. 이들은 현장에 있던 민노당 이정희 의원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9시30분 공장 정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민주노총 등 시위대 1000여 명은 삼삼오오 퇴근하는 사측 직원에게 발길질을 하고 물병을 던졌다. 격렬한 충돌로 부상자는 속출했다. 경찰 34명, 사측 직원 5명이 부상했다. 쌍용차 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은 “중상자만 10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평택=이현택 기자, 김태호·엄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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