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자랑스런 동포를 돕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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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워싱턴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미국인 두 사람이 있다.

김창준 (金昌俊).고홍주 (高洪柱) 씨가 그들이다.

연방하원 의원인 김창준씨는 이번 회기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떠난다.

캘리포니아 자신의 지역구 예선에서 같은 공화당원에게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가 예선에서 낙방한 주된 원인은 선거자금 불법 모금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 있다.

한국에서 환대받고, 워싱턴을 찾는 한국 정객들이 줄줄이 면담을 신청했던 그였지만 이제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그가 한국의 한 TV사로부터 프로그램 진행을 제안받고 낸 보호감호감찰 형 집행정지 요청이 미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노하는 교민들도 적지 않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온 데는 김창준 의원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겠거니와 미 의원이란 신분에 혹해 미국법을 무시하고 정치 뒷돈을 대준 우리 기업들의 무모함도 큰몫을 했다.

金의원이 한국인들의 수모거리가 됐다면 지난 7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고홍주 교수는 보는 이들을 흡족하게 한다.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에 내정된 그는 예일대 법대 교수이자 국제인권센터 소장이다.

국제법과 인권문제에 해박한 지식과 현실 경험을 갖춰 누가 봐도 한국인의 자랑거리다.

관례대로 高교수의 출신지인 코네티컷주 출신 상원의원들의 소개로 시작된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한결같이 그를 칭찬했고 보스니아.아이티 및 중국 난민들의 인권옹호에 행동으로 앞장섰던 그를 치켜세웠다.

청문회 내내 의연하게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응했던 高교수는 차관보로 내정된 후 온가족이 우리 언론들 등쌀에 시달렸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국계 최초로 연방 하원의원이 됐던 김창준씨를 몰락시킨 책임이 결국 우리에게 있다면 미 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고홍주씨만이라도 미국 사회에서 큰 인물이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을까.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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