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직원들 ‘파산 막기’ 생존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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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 공장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사측은 지게차를 동원해 장애물을 치우려 했고 이에 노조원들은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평택=김상선 기자]

3일 오전 11시40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사측이 지게차 5대를 동원해 정문 쪽에서 도장공장으로 접근했다. 지게차는 도장공장으로 가는 길에 있던 철제 팔레트와 바리케이드 등 장애물을 제거했다.

그러자 노조는 볼트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졌다. 같은 시각 본관 앞에서는 방탄 헬멧에 보호대로 완전무장을 한 사측 용역 직원 5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에는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등과 사측이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쌍용차 정문 앞에는 민주노총·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난투극의 시작은 민주노총 조합원 일부가 정문 안쪽에 있던 사측 직원과 벌인 말싸움이었다. 언성이 높아지자 양측은 투석전을 펼쳤고 사측 직원 1명이 머리에 돌을 맞았다. 흥분한 사측에서 2명이 헬멧을 들고 나와 휘두르다 민주노총 농성 천막으로 끌려가 구타를 당했다. 이를 지켜본 사측에서 100여 명이 나왔고 민주노총 100여 명과 10여 분간 난투극을 펼쳤다. 난투극은 경찰의 개입으로 오후 5시20분에 끝났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 이정희 의원 보좌관 등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노사 협상 기간 조용했던 쌍용차 공장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날 사측이 지게차를 동원해 진입로 확보에 나서자 사측이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생산활동 재개의 일환일 뿐 진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안 들어가면 우리라도 들어가서 노조를 끌어내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날 오전 정상 출근한 2000여 명의 직원들은 부문별로 긴급회의를 했다. 직원대표자협의회 관계자는 “직원 70% 이상이 공장 진입에 찬성했다. 공권력 투입이 안 되면 이번주 안에 전 직원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직원대표자협의회는 채권단에 조기파산 신청을 유보해 줄 것도 요청했다.

직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경찰과 소방본부는 인원과 장비를 늘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직원들이 도장공장 진입을 시도하면 이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진압을 한다면 경찰이 해야지, 사측이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 이후 노조 이탈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까지 100여 명(오후 11시 현재)이 도장공장을 빠져나왔다. 이를 두고 사측과 노조는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사측은 일부 노조 이탈자들이 ‘3인 1개 조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을 잘 때도 손을 묶고 자며, 이탈 시에는 협박 문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노조원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원들은 임무에 따라 팀으로 구성되며, 지도부에 따라 감시를 받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총이나 화염병을 던지는 강성 노조원은 대우를 잘 받는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거짓말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나가려는 사람을 막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노조를 이탈한 A씨도 “지금 나오는 사람들은 이 상황에 질려서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결사 항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진실이더라도, 노조의 세가 급격히 약해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점거 농성이 길어지면서 노조원들이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노조를 이탈한 B씨는 “이젠 의지도 없고, 회사에 미련도 없다. 더 이상 사람이 할 짓이 아니더라”고 70여 일간 농성의 소회를 밝혔다.

평택=장주영·이현택 기자, 김태호 인턴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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