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전교조, 돌아오라 교육의 영역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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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한 일반 국민의 마음은 안타까울 따름이며, 제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과부의 가혹함보다는 전교조의 강경일변도식 투쟁 행태를 더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동정론이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우선 쟁점의 핵심인 시국선언의 내용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1차 시국선언은 ‘남북관계’ ‘미디어법’ ‘대운하정책’ 등에 대한 비판과 반대로서 전교조원들의 본업인 교육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다. 2차 시국선언의 경우는 시국선언 참여자에 대한 정부의 징계를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2차 시국선언에서는 현 정부가 공권력을 남용하는 ‘위헌적’ 행태를 저지르고 있으며 그 남용의 심각성이 ‘비상계엄 시’보다 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는 개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교사들에게도 정치적 입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교사의 정치적 의견이 집단적으로 표출되었고, 이것이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전교조는 역대 정권 하에서 시국선언은 문제시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과거 두 정권은 전교조와의 이념적 동질성을 우선시한 나머지 그들에게 법의 잣대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이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사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이처럼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표출될 경우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이념이나 종교를 가르치는 것을 금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출범 당시 전교조는 군사정권 하에서 교육의 정치도구화에 반발하며 ‘참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어 많은 사람의 동조를 받았고, 필자 역시 그러한 동조자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의 전교조는 강성 지도부를 중심으로 교육을 또 다른 방향에서 정치화하려는 것 같다. 이는 분명 자가당착이다.

이제 전교조는 교사 본연의 업무인 교육을 최우선시했으면 한다. 몇 해 전 전교조는 전국 대의원 대회에서 ‘우리 학생 살리기’라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일상적인 교육운동’에 주력하겠다고 천명, 큰 환영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이라도 전교조가 학교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교육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인성교육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면 정부의 어떤 정책보다도 지지를 받을 것이다.

아울러 전교조 집행부는 극한투쟁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 섬뜩할 정도로 삭발한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자신들의 선생님을 지켜보는 학생들, 그리고 그 학부모들의 심경이 어떨지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전교조원은 노조원이기에 앞서 스승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