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홀인원과 스코어는 비례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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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골퍼들은 골프와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기념하기를 즐겨한다.

머리를 얹은 뒤 처음으로 1라운드 1백타를 돌파하면 "백파했다" 고 좋아하고 90을 돌파하면 그 또한 기념한답시고 19번홀로 직행한다.

골퍼들의 가장 요란한 기념식은 모르긴 몰라도 홀인원일 것이다.

국내 각 코스의 파3 홀마다 그린을 빙 둘러 홀인원 기념수가 즐비하다.

홀인원을 자축하기 위해 홀인원 주인공들이 기념식수한 것이다.

골퍼들 사이에선 "홀인원을 기록하면 3년 내내 운수대통한다" 는 말이 있지만 정작 홀인원을 기록한 그날의 스코어는 반비례한다는 게 정설이다.

홀인원은 한마디로 미스샷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라운드에서 사실상 두차례 홀인원을 기록하고도 이븐파로 경기를 마친 국내 프로골퍼가 있다.

지난 9월 2일 슈페리어오픈 첫날 경기를 마친 이준영 프로였다.

이프로는 이날 프라자CC 4번홀 (파3.1백72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뒤 6번홀 (파5.4백65야드)에서 이글 (홀인원과 이글은 똑같이 - 2타로 기록한다) 을 잡아내 좀처럼 보기드문 행운을 누렸다.

10번홀에서 출발해 전반 9홀을 2오버파로 마치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홀인원과 이글을 연거푸 기록했지만 마지막 2홀에서 보기를 범해 홀인원 행운이 날아가는 듯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은 대회 2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벌어졌다.

이프로는 2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코스 레코드를 수립해 전날의 홀인원 행운이 계속 따라다니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날 무려 10오버파를 기록, 4라운드 합계 이븐파로 마무리하는 기가막힌 스코어를 작성한 것이다.

홀인원은 골퍼들을 들뜨게 할 뿐 오히려 성적이 나빠질 수도 있음을 이프로가 보여준 셈이다.

손흥수 안양베네스트GC 수석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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