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러시아 '프리마코프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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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리마코프호' 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가 총리인준을 받은지 거의 한달이 되지만 제대로 돼가는 일이 거의 없다.

경제위기를 꾸려가기에 한시가 급한데도 조각에만 한달 가까이 걸려 6일이 돼서야 겨우 진용을 갖췄다.

경제 청사진 마련이 시급한데 아직도 꾸물대고 앞으로도 2~3주 정도 더 걸릴 것이라는 말들만 흘러나오고 있다.

그 와중에 부총리로 임명됐던 알렉산데르 쇼힌 같은 인물은 정부내에서 거론되는 '반 개혁적'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내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번 겨울 최대의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말도 본인이 직접 해야 했다.

환율도 잡히지 않고 9월중 인플레이션율은 38.4%로 최악상황이고 임금체불로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전국에서 9백만명이 시위에 가담하는 사태를 맞아 옛소련 붕괴 이후 최대의 사회.정치적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정치분석가들은 그가 개인적 능력이 탁월하기 보다 정치적 타협으로 임명된 인물이란 점에서 위기관리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군.연방보안부 (FSB).공산당 및 민족주의 세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임명한 임시변통 인물에 불과한 것이다.

모스크바의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 릴리아 쉐브트소바는 "프리마코프는 상충하는 이해의 볼모에 불과해 결정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도출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 비판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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