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방일]과거사 사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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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일본정부의 과거사 관련 사과는 ' (우리나라가) 한국국민에 대해 통절 (痛切) 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라는 표현으로 조율된 것으로 알려진다.

양국은 이를 8일의 정상회담후 발표될 21세기 파트너십 공동선언 전문 (前文)에 명기하고, 金대통령도 '오부치 총리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를 평가한다' 는 말로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는다.

이같은 문안은 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에 준한 것. 이 담화는 "일본이 멀지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 식민지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제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며 "역사의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한번 통렬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 고 돼있다.

무라야마 전총리가 과거사문제에 가장 전향적인 사회당 출신이어서 이 문안은 일본의 가장 강도높았던 사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사과대상이 특정국가를 명기하지 않은 '아시아제국 (諸國)' 인데다 사과 주체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사과문안은 무라야마 담화를 토대로 사과의 주체 (우리나라) 와 객체 (한국국민) 를 분명히 하고 최초로 공식 외교문서화했다는 점이 특징. 향후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재발할 경우 자연스레 '외교적 합의 위반' 이라는 명분을 우리가 갖게 되는 셈이다.

일본측은 특히 '샤자이' (謝罪) 라는 문어적 표현대신 대개 사과.사죄의 두가지 뜻으로 널리 쓰이는 '오와비' 를 사용, 수위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라야마 담화의 '사과' 표현도 바로 '오와비' 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본 교과서의 올바른 과거사 기술 (記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향후의 과제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일본의 진정한 반성.사과의 의지는 양국 관계에서 향후 구체적으로 검증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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