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常昊 - 목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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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睦4단의 잡초류

제3보 (44~63) =46으로 눌렀을 때 睦4단이 돌연 장고에 접어들었다.

이런 급소를 얻어맞으면 흑은 모름지기 48자리에 곱게 빠져 몸조리를 하는 게 프로의 감각이며 '유식한' 바둑이다.

그러나 睦4단은 안경을 한번 고쳐쓰더니 47로 젖혀버렸다.

그 바람에 48의 단수, 그리고 49의 이음. 흑모양은 더욱 커다란 포도송이로 변해가고 검토실의 고수들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왜 이렇게 모양나쁜, 무식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47로 젖혀두면 55, 57로 몰고나오는 수가 성립한다.

흑 한점을 끌고나와 우변 백을 잡아버린다는 것이 睦4단의 간절하고도 필사적인 노림이었다.

다만 이런 수법은 먼저 피해를 감수하는 초보자의 수로서 일류 프로들은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는 수법이다.

그러나 睦4단에게도 한국 잡초류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과감히 55, 57을 결행했고 그순간 창하오8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창하오는 기분좋게 58로 빵때렸으나 이 수가 대실수였다.

그는 이 순간 모양에 치우친 나머지 잡초류엔 잡초류로 대응한다는 승부의 이치를 망각하고 있었다.

58은 '참고도' 백1로 느는 것이 보다 실전적인 강수였다.

흑2엔 백3의 절단. 여기서 흑도 4로 웅크릴 수밖에 없으며 백은 우변을 죽이더라도 5부터 13까지 좌상을 유린할 수 있었으니 실전과는 대차였다.

창하오8단은 60의 공격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61, 63의 취권으로 비틀비틀 빠져나오니 뾰족한 수가 없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창하오의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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