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위원장 파면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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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교육과학기술부가 두 번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렸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위원장이 교원 징계 수위 중 가장 높은 파면 처분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전교조는 즉각 반발해 교과부와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성희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31일 “‘자율형 사립고 설립 등 경쟁 만능 교육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며 1차(6월 18일)에 이어 2차 시국선언(7월 19일)을 주도한 정 위원장 등 전교조 교사 89명을 가중 처벌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날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자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교원 징계는 ▶파면 ▶해임 ▶정직 ▶주의 ▶경고 5단계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1차 시국선언 때 ‘해임’ 처분을 받은 정 위원장은 ‘파면’, ‘정직’이었던 전임 중앙집행위원과 시·도 지부장 21명에게는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나머지 본부와 시·도 지부 전임자 67명도 ‘정직’ 처분이 내려져 모두 89명이 중징계를 받게 됐다. 교과부는 이들 89명을 검찰에 재고발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1차 때 서명한 1만7000여 명은 이달 말까지 주의·경고 처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2차 때 서명한 2만8600명은 신분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징계를 유보했다.

◆왜 강수 두나=교과부는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88명을 지난 6월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가 교원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전교조 합법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 66조(집단행위 금지)와 교원노조법 3조(정치활동의 금지)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검찰 고발과 중징계를 병행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학교 다양화·교원평가제 등 전교조에 ‘교육 개혁’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강력 비판하고, 전교조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일자 징계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교원에 대한 최종 징계 결정 권한은 시·도 교육감이 갖고 있다. 정 위원장은 수원 제일중 소속이어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게 징계권이 있다. 전교조 성향의 김 교육감이 교과부의 파면 처분을 수용할지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문제 삼아 교사들을 파면·해임하는 것은 전교조를 교원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포기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시·도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고, 징계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투쟁을 벌이는 한편 국제인권위에도 제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원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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