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오정은 문건'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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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기부가 6일 '대선 관련 문건' 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대선 당시 한성기.오정은씨 등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비선 (비線) 조직' 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안기부가 吳씨의 자택을 수색, 압수한 이 문건은 보고서 형식으로 李후보의 말투.제스처 등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자문은 물론 주요 선거전략, 김대중 (金大中) 후보 등 타당 후보에 대한 상세 정보가 담겨 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여러 보고서가 난무한 상황에서 이 문건 때문에 韓씨 등을 李후보의 대선 비선조직으로 보는 연결고리로는 약하다는 시각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초부터 12월초까지 주 3~4회 회합을 갖고 후보들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아이디어 등을 종합, 전 청와대 행정관 조모 (34) 씨가 타이핑해 吳씨가 李후보의 집을 방문, 직접 전달하거나 차량에 동승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선 전략과 관련, 李후보에게 ▶대통합 정치를 구현하고▶주요인사와의 접견 및 협력강화^합동토론회 탄력적 대응▶이미지 전략 강화 등 세세한 내용을 수시로 보고했다.

특히 韓씨는 당시 신한국당 고문이던 박찬종 (朴燦鍾) 씨의 당 잔류를 설득하기 위해 李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씨에게 면담주선을 자청했으며, 이수성 (李壽成) 고문 포용방안과 자치단체장과의 접촉방식 등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임 경제부총리.한은총재.경제5단체 회장단 등 구체적인 인사의 이름과 접견일정이 거론돼 있으며, 자유총연맹.이북5도민회.재향군인회 등 안보관련 단체장들과도 회합을 가져 '경제.안보 대통령' 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도록 제안하고 있다.

李후보의 딱딱한 외모를 희석시키기 위해 인간적인 면을 강조할 것과 지지율 상승을 위해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 를 모토로 한 '스마트 대통령' 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반김대중 드림팀' 을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대해 李총재측은 "오씨가 잘 만나 주지 않으니까 몇 차례 보고서를 차안으로 밀어 넣은 적이 있으며 돈암장으로 이사간 박찬종씨를 李후보가 방문했을 때 박관용의원 생질인 오씨가 길을 안내했다고 해 차에 함께 태웠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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