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벼 세우는데 실업자 3만명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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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년 연속 대풍이란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제9호 태풍 '얘니' 가 전국을 강타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앞둔 쌀값이 들먹이는 등 쌀농사 피해가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태풍에 따른 비로 벼가 쓰러지거나 논이 침수된 면적은 전체 벼 재배면적의 거의 4분의1이나 된다.

특히 지난 여름 집중호우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전남.경남지역의 피해가 커 농민들은 물론 농림부도 애를 태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풍작을 지켜내는 가장 큰 관건은 얼마나 빨리 물을 빼고 벼를 일으켜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48시간 안에 이를 해내지 못할 경우 수확량의 4~8%가 줄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며칠 전 9월 15일 작황을 기준으로 발표된 올해 예상수확량 (3천5백64만섬) 은 목표보다 5% 많은 수치여서 자칫하면 다잡은 풍년농사가 평년작 수준 정도로 떨어질 판이다.

농림부는 이에 따라 벼 일으켜 세우기에 3만명의 실업자를 동원하는 등 대대적인 풍년 지키기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문헌팔 농업진흥청 작물시험장 육종과장은 "이미 벼가 다 익은 상태에서 비가 왔기 때문에 쓰러진 벼를 3일 이내에 4~6포기씩 묶어 일으켜 세우면 피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조생종의 경우 이미 반 정도는 수확이 끝났고 중.만생종도 5% 정도 수확에 들어간 상태. 다만 벼가 다 자라 낟알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일으켜 세우기에는 힘이 더 들 전망.

전북 익산 호남농업시험장 조수연 장장은 "날이 좋아 걱정했던 것보다 물이 잘 빠지고 있다" 며 "일으켜 세우기가 힘들 경우 벼를 서둘러 수확한 뒤 건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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