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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어떻게 맞나]정성들여 작은 선물도 크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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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추석이 다가왔다.

즐거운 명절이지만 상당수 주부들이 '명절 스트레스' 에 빠지는 것도 사실. 올해는 얇아진 지갑, 경제난에 처한 가까운 친척 등도 고려해야한다.

어느해보다 각별한 지혜가 필요한 때.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피하기, 국제통화기금 (IMF) 식 추석보내기 방법을 살펴본다.

'몸은 힘들고, 시어머니 잔소리는 듣기싫고, 동서는 얄밉고, 무심한 남편은 야속하고…' 주부들이 불평을 늘어놓자면 한이 없다.

마음 자세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 '어차피 보낼 명절이라면 허심탄회하게 즐겁게 보내자' 라고 생각을 바꾼다.

주부 자신을 위해 작은 '즐거운 장치' 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서울강동구고덕동의 주부 김은미 (35) 씨는 명절이 되면 남편.아이 옷 외에 자신이 일할 때 입을 편한 옷도 하나 구입한다.

"일부러 밝고 예쁜 색상으로 사요. 일할 때 기분이 훨씬 명랑해지죠" 라는게 김씨의 귀뜸. 한편 주부 정옥선 (41.서울송파구오륜동) 씨는 '여자의 방' 을 확보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사례. 일가친척이 모였을 때 방 하나를 여자의 방으로 정해 정씨와 네 명의 동서들이 번갈아 쉰다.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가족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韓昌桓) 교수는 "중간자적 입장을 가지고 문제를 조율하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며 "남자냐 여자냐,가족간 서열이 어떠냐를 떠나 서로 일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조언한다.

올해는 추석선물도 다른 해와는 다르게 신경써야 한다.

어차피 선물값은 낮출 수 밖에 없는만큼 정성으로 허전함을 보충한다.

서울 서초동의 주부 이숙희 (35) 씨는 꽃무늬 원단을 떠다가 식탁보를 손수 여러 장 만들었다.

주부들이 몇만 원씩하는 식탁보를 쉽게 못사기 때문에 이씨의 선물은 인기만점이 된다.

과거에 상자째하던 과일선물을 낱개로 하면서 한개씩 정성들여 포장하는 것도 한 방법. 유자를 직접 사서 유자청을 만들어 가지고간다든가 하는 등 정성으로 한몫하는 선물을 준비할 만하다.

여기에 진심어린 문구를 담은 카드와 편지는 선물을 한결 묵직 (?) 하게 할 수 있다.

조카와 사촌자녀 등 어린이들에게 하는 선물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서울청담동의 주부 권순자 (53) 씨는 서로 크기만 다르고 색상과 디자인은 같은 티셔츠를 여러 벌 준비했다.

같은 티셔츠를 선물로 주고 입히면 아이들도 좋아할 뿐 아니라 어른들도 보고 흐뭇해한다.

많은 비용이 들지 않고 아이디어가 빛나는 선물이다.

올 추석에 또하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실직.경제난을 겪고있는 친척에 대한 배려다.

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이시형 (李時炯) 박사는 "한 사람이 실직하면 그 영향권에 드는 사람이 20명에 달한다" 며, "일가친척이 모였을 때 자칫 갈등이 폭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 지적한다.

일가친척이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절대 내 탓, 네 탓을 하지 않도록 한다.

평소에는 대범하게 넘어갈 이야기도 갈등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

실직자가 원하지 않을 때는 굳이 실직을 화제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를 보아가며 따듯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도록 한다.

이밖에 시댁에 선물을 하더라도 동서네가 어렵다면 그 입장을 고려해 선물비를 조금 더 부담하면서 함께 선물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마음가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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