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교사 400명엔 1년간 연구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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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교육과학기술부가 29일 전국 40만 교원을 대상으로 내년 실시하는 교원평가에서 상·하위 0.1%를 차등하겠다고 밝힌 것은 교단 대수술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적격 교사 400명에게는 최장 1년간 학생을 가르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은 교사들에게는 충격적이다. 교직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연말까지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1만1000여 개다. 실력 없는 교사를 매년 400명 솎아내면 무능한 교사는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감이 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교과부가 조사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선도학교’의 시범운영 결과를 보면 ‘교사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교사’는 0.6%인 2400명 정도다. 교과부 관계자는 “부적격 교원을 한꺼번에 연수 보내면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연차별로 조금씩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솎아내나=매년 10월께 동료교원·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6개 영역 18개 항목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평가는 수업지도와 학생 생활지도로 나뉜다. 수업지도엔 ▶수업준비 ▶교사-학생 커뮤니케이션 ▶학습자료 활용 등 12개 항목이, 생활지도에는 ▶가정 연계 지도 ▶진로 특기적성 지도 등 6개 항목이 들어 있다. 각 항목은 수·우·미·양·가 5단계 설문으로 평가되며 교과부는 각 항목을 100점으로 환산해 18개 항목 평균점수를 산출한다.

이 항목 결과는 교장은 물론 교사들에게 학교 평균과 함께 성적표로 전달된다. 교과부는 이를 기준으로 상·하위 800명을 골라내고, 각 시·도교육청 산하 ‘연수대상자 선정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상위 400명은 1년간 연구년 인센티브를 주고, 하위 400명은 강제 집중 연수를 받은 뒤 교단 복귀를 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3년 연속 하위 0.1%에 들면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상·하위 800명에 포함되지 않은 교사들도 개인별 성적표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원격 연수 받을 수 있다. 원격 연수 시스템은 올 하반기 중 개발될 예정이다.

선진국은 대부분 교원평가 상벌제를 실시 중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100만 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집중연수제’를 도입했다.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세 번 연속 일정 수준 이하의 연구가 나오면 아예 교직을 떠나 행정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준다. 현재까지 550명의 교사가 행정직으로 전직했다. 영국은 10년간 인사연계 없는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다 실효성이 없자 2000년부터 평가 결과를 승진과 보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교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전교조 소속 서울 C고 이모(국어 담당) 교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진짜 부적격 교사는 그대로 있고 엉뚱한 교사가 낙인 찍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주대 전제상 교육학과 교수는 “의지가 없는 교사를 자극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최소 5년간 상벌적 자극제를 도입해 시범운영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감은 “법제화 없이 강제 직권 연수를 실시할 경우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원진·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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