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깨달음만 좇아야 하나? 내 일상이 곧 수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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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원불교 김은종(준영) 교무는 “현대인은 멈출 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병을 앓고 있다. 그게 아니다. 한 발로 가더라도 깨어있는 상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희언 인턴기자]


27일 서울 흑석동에서 원불교의 김은종(41·법명 준영·한방건강TV 기획본부장) 교무를 만났다. 그는 ‘청개구리 선방’(www.zenfree.org)이라는 인터넷 선방을 운영하고 있다. 바쁜 일상, 고단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선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김 교무는 “다들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큰 깨달음’에만 집착한다. ‘청개구리 선방’은 다르다. 생활 속의 작은 깨달음부터 챙긴다. 깨달음의 지혜가 필요한 곳이 바로 우리의 일상, 우리의 하루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서양의 선(禪) 조류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은 그에게 ‘마음공부’를 물었다.

-인터넷 선방 이름이 왜 ‘청개구리’인가?

“청개구리가 어떻게 하나. 거꾸로 한다. 먼저 그렇게 하자는 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과연 상식일까. 아니더라. 나의 고정관념과 욕심이 만든 ‘상식’인 경우가 많더라. 그러니 청개구리가 되자는 건 ‘나의 상식’을 먼저 내려놓자는 거다. ‘나의 상식’이 삶의 진실을 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개구리 선방’에는 어떤 글을 올리나.

“생활 속에서 얻는 작은 깨달음이다. 그걸 올려서 선방 회원들과 공유하는 거다. ‘아하!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그런 깨달음의 공유, 그게 바로 청개구리들의 소통이다. 그런 소통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일깨우는 거다.”

-작은 깨달음이라고 했는데 결정타는 못 날리고 ‘자잘한 펀치’만 날린다는 지적 없나.

“‘큰 깨달음’만 좇는 수행자도 있다. 그들은 큰 깃발만 좇는다. 그래서 생활과 멀어진다. 일상과 동떨어진다. ‘수행자’라고 자처하면서도 그들의 생활상은 전혀 다를 때가 있다. 결국 ‘수행 따로, 생활 따로’가 되고 만다. 그런 수행자의 모습에 실망하는 재가자도 많다. ‘내가 왜 수행을 하는가.’ 그걸 먼저 절박하게 따져봐야 한다.”

-따져 보면 어찌되나.

“수행의 이유가 어디에 있나. 눈앞의 현실에 있다. 지지고 볶는 생활에 있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수행을 하는 거다. 따져보면 간단하다.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다. 그러니 수행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닌 거다.”

-그럼 생활 명상엔 무엇이 필요한가.

“선(禪)의 고향은 동양이다. 그런데 요즘은 서양에서 배울 점도 많다. 동양 사회에선 ‘전문적 수행자는 출가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재가자는 법문만 들으면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서양에선 다르다. 불교적 수행에 관심을 갖는 서양인들은 본인이 수행의 주체이기를 원한다.”

-왜 그런가.

“실용적 사고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수행이 내게 도움이 되나. 어디에 도움이 되나. 그럼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그걸 직접 적용하고, 짚어보고, 실험하며 수행을 한다. 그럴 때 삶이 물들지 않고 꽃피는 거다.”

이 말끝에 김 교무는 ‘삶’과 ‘멀미’를 얘기했다. “삶이라는 강을 건너면서 ‘나’를 너무 꼿꼿이 세우면 멀미가 난다. 그래서 저항하지 말고 흐름에 맡기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포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포기의 기술’이라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는 ‘포기’가 아니다. ‘적극적 포기’를 말하는 거다. 그런데 포기는 그냥 되지 않는다. 지혜가 있어야 포기가 된다. 그게 바로 달려야 할 때 달릴 수 있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는 힘이다.”

김 교무는 1층에 카페, 2층에 선방이 어우러진 ‘청개구리 선방’의 오프라인화를 꿈꾸고 있다.

백성호 기자, 사진=구희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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