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심끄는 슈뢰더의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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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7일 실시된 독일총선에서 야당인 사민당이 승리, 16년만의 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비단 독일뿐 아니라 21세기 유럽의 장래를 결정할 주요변수가 되리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국민은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다.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기민 - 기사연합 정부는 10% 이상의 고실업, 경기침체, 과다한 복지예산과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옛동독인들의 불만은 심각하다.

17%를 넘는 실업률,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등 서독지역과의 생활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옛공산당인 민사당에 대한 높은 지지로 나타났다.

차기총리로 취임할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콜 총리의 경제실패를 집중 공격, 국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68세의 콜 총리에 비해 14세나 젊은 나이를 내세워 미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사민당을 노동자와 자본가의 요구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안정감있는 중도좌파정당' 으로 바꿈으로써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점에서 슈뢰더는 '새로운 노동당' 으로 집권에 성공한 블레어 영국총리와 비교된다.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함으로써 스페인을 제외한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좌파정부로 21세기를 맞게 됐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우파정부 일색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좌파정당들의 우경화 (右傾化) 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아니고선 탈냉전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레어 총리가 주창해 주목받고 있는 '제3의 길' 의 성공 여부는 독일 사민당정부의 장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슈뢰더가 이끌어갈 사민당정부의 앞날은 험난하다.

우선 연정구성부터 문제다.

우당 (友黨) 인 녹색당과 합해도 불과 10석 넘는 과반수 의석이기 때문에 기민 - 기사연합과의 대연정 (大聯政)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경제, 그중에서도 실업이다.

슈뢰더는 선거승리후 일성 (一聲) 으로 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밖에 내년 봄 베를린으로의 수도 이전, 세제 (稅制) 및 노동개혁, 복지개혁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공전 (空前) 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독일이 맡아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21세기 독일의 미래를 짊어진 슈뢰더 총리가 추진할 새로운 실험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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