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실시된 독일총선에서 야당인 사민당이 승리, 16년만의 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비단 독일뿐 아니라 21세기 유럽의 장래를 결정할 주요변수가 되리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일국민은 안정 대신 변화를 택했다.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끄는 기민 - 기사연합 정부는 10% 이상의 고실업, 경기침체, 과다한 복지예산과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옛동독인들의 불만은 심각하다.
17%를 넘는 실업률,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등 서독지역과의 생활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옛공산당인 민사당에 대한 높은 지지로 나타났다.
차기총리로 취임할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콜 총리의 경제실패를 집중 공격, 국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68세의 콜 총리에 비해 14세나 젊은 나이를 내세워 미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사민당을 노동자와 자본가의 요구를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안정감있는 중도좌파정당' 으로 바꿈으로써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점에서 슈뢰더는 '새로운 노동당' 으로 집권에 성공한 블레어 영국총리와 비교된다.
사민당이 집권에 성공함으로써 스페인을 제외한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좌파정부로 21세기를 맞게 됐다.
불과 3년전만 해도 우파정부 일색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좌파정당들의 우경화 (右傾化) 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아니고선 탈냉전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레어 총리가 주창해 주목받고 있는 '제3의 길' 의 성공 여부는 독일 사민당정부의 장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슈뢰더가 이끌어갈 사민당정부의 앞날은 험난하다.
우선 연정구성부터 문제다.
우당 (友黨) 인 녹색당과 합해도 불과 10석 넘는 과반수 의석이기 때문에 기민 - 기사연합과의 대연정 (大聯政) 가능성도 점쳐진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경제, 그중에서도 실업이다.
슈뢰더는 선거승리후 일성 (一聲) 으로 실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밖에 내년 봄 베를린으로의 수도 이전, 세제 (稅制) 및 노동개혁, 복지개혁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공전 (空前) 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독일이 맡아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21세기 독일의 미래를 짊어진 슈뢰더 총리가 추진할 새로운 실험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