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핵 개발' 설계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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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됐던 핵무기개발 프로젝트를 말해주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 설계서와 설계도면이 발견됐다.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핵연료 재처리 사업담당 실무책임을 맡았던 김철(65) 아주대 명예교수는 "원자력연구소가 프랑스 상고방사에 의뢰해 1974년 10월 1일자로 작성한 핵연료 재처리시설 개념설계서와 부속설계서 두 권, 75년 1월 10일자로 작성된 재처리시설 관련 기본 설계도면을 24년 동안 개인 소장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 비밀보고서 등 일부 문서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당시 핵무기 개발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설계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김 교수가 소장한 개념설계서에는 핵폭탄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NRX연구로'와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어 당시 정부의 핵무기 개발 의지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200여쪽 분량의 주개념 설계서에는 핵연료 재처리 공정에 대한 설계와 제품의 종류, 예산 및 소요인력 등 재처리 시설을 짓기 위한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또 기본 설계도면은 ▶플루토늄 정제과정▶우라늄 산화물과 플루토늄 산화물의 분리추출 과정▶플루토늄 저장 및 이동과 관련한 각종 도면이 포함돼 있다.

김 명예교수는 "이 자료들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어느 단계까지 도달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80년 초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이 완성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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